“온도 차로 발전 ‘열전 소재’”…값싼 재료로 쉽게 만든다

- 한국화학연구원, 인체 무해저렴한 구리-황 소재 활용한 열전 소재 개발


이번 연구결과가 게재된 국제학술지 ‘인포맷’ 11월 표지.[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물체 간 온도 차이로 발전이 가능한 열전 소재를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재료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조동휘, 이정오, 이예리 박사 연구팀은 고려대학교 전석우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비싸고 독성이 있는 기존 상용 열전 소재 재료 대신, 구리(Cu) 기판에 매우 저렴한 황(S)을 용액 형태로 처리한 구리 황화물(CuS) 나노구조 박막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인포멧(InfoMat)’에 11월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발전소·선박·차량 등 산업 기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65% 이상은 열로 손실되는 만큼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 소재 연구가 활발하다. 상용 열전 소재인 비스무스 텔루라이드(Bi₂Te₃), 리드 텔루라이드(PbTe) 등의 합금 소재는 ZT(열전 성능 지수) 값이 1 이상의 높은 열-전기 변환 효율을 보인다. 하지만 비싸고 독성이 있어 대량 생산 및 친환경 에너지 발전이 제한된다.

연구팀은 인체에 무해하고 저렴한 구리 황화물(CuS)에 주목했다. 먼저 미세한 두께의 결정성 구리 호일을 황 용액에 담근 후, CuS가 결정화될 때까지 온도, 시간, 그리고 반응 농도를 정밀하게 제어하여 CuS의 성장 형태를 세밀하게 조절했으며, 성장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

이 제조 방식은 기존의 화학적 합성법으로 CuS 나노입자를 만드는 방법보다 더 간단하고, 대면적 생산도 빠르게 할 수 있다. 만들어진 CuS 표면은 작은 구멍이 뚫린 미세 기둥들이 자라난 상태로서, 마치 빼곡한 오리털처럼 열 이동을 잘 막아준다. 열이 일부 구역에만 맴돌며 찬 구역과 온도 차이가 오래 유지될수록 열-전기 변환 효율은 높아진다.

제작된 CuS 나노 구조 박막은 구리 호일의 습식 식각 공정을 통해, 기판에 반도체를 옮겨 심듯이 유연 기판 등 다양한 기판에 전사(잘라내 붙이기)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고온 발생 기계의 폐열 회수, 웨어러블 기기의 최첨단 에너지 수확 시스템 등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화학연구원, 고려대학교 공동 연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개발된 CuS 나노 구조 박막은 650K(367.85℃)에서 ZT 값 0.91을 기록해 기존 상용 열전 소재와 비교할 수 있는 매우 높은 열전 성능을 보여주었으며, 300~400℃ 범위의 산업 기계에 적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40K(40℃)의 온도 차가 발생할 경우 CuS 기반 열전 발전기를 사용하여 저전력 센서에 활용 가능한 밀리와트 수준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다양한 기판에 쉽게 옮길 수 있는 특징 덕분에 개발한 박막을 장갑에 적용해, 무선 온도 탐지 기능을 추가한 스마트 장갑도 만들 수 있었다.

연구팀은 향후 CuS 박막을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와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에 적용하여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연 연구진은 “기존 상용 소재보다 저렴한 재료로 원하는 구조를 정밀하게 만들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성”이라고 말했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친환경 열전 박막 소재가 폐열 회수 시장 개척 및 웨어러블 기기 제품 혁신으로 이어져, 미래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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