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적체현상에 매수 심리까지 위축된 결과
“강북 대단지 중심으로 각종 규제 영향 더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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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한신한진아파트 및 일대 주택가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 한파의 영향으로 서울 내에서도 강북지역 아파트 하락 거래가 두드러지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비교적 집값 하락 압력을 잘 견뎌내는 대단지 아파트도 무더기로 매매가가 떨어지고 있다.
최근 강북 대표 대단지인 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 아파트는 최고가 대비 30%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일 해당 단지 전용 132㎡는 8억8700만원에 거래되며, 2021년 11월 기록한 12억8000만원 대비 매매가가 4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돈암동 한신한진 아파트는 올해 7월부터 9월까지는 동호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9억원대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성북구에서 가장 가구수가 많고 거래량이 많은 단지로 꼽힌다. 총 4515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대단지로, 전용면적도 59~152㎡로 소형부터 대형 타입까지 다양하다.
돈암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올해 들어 손 꼽히게 매물이 많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매도가 잘 안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시장을 지켜보다 급매를 내놓거나 눈치 보다 가격을 낮춘다”며 “매수 문의 자체가 뜸하고 집을 직접 보러 오는 사람은 이번달 아직까지 한명도 없다. 대출규제로 매수가 위축된 상황”이라고 했다.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지난달 나온 한신한진아파트 조망권 좋은 로얄동 매물이 10억5000만원이었는데, 팔리지 않는 바람에 조급해진 집주인이 이번달 들어 7억5000만원 전세 매물로 전환시켰다”고 설명했다.
같은 성북구에 위치한 1497가구의 ‘길음뉴타운8단지 래미안’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10억5000만원으로 최고가 대비 3억5000만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9월과 10월에 각각 최저 10억9500만원·최고 11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서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강북의 다른 대단지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남산타운(5152가구)’ 아파트 전용 59㎡는 이번달 10억6800만원을 기록하며, 2년전 기록한 12억7500만원 대비 2억700만원 하락했다. 이 단지 전용 84㎡는 9월에 13억2000만원·10월에 13억1500만원에 거래되며 13억원을 넘는 시세를 보였으나, 지난달 들어 12억500만원까지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3293가구)’ 아파트 전용 120㎡도 지난달 15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 17억 대비 1억8000만원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와 좋지 않은 시장의 영향을 더 받는 곳들이 생기며 양극화가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이나 강북 한강변 주요 단지를 제외하고는 고점 대비 아직 회복 못한 지역들이 대부분”이라며 “재건축이 본격화된 연차라고 보기 어렵고, 준공 5~10년 정도된 준신축으로 분류되기도 어려운 포지셔닝 애매한 단지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강북 단지 위주로 하락세가 나타난다”며 “가성비가 좋아 중산층이 찾던 대단지에는 작은 평수도 많아 12월부터 5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와 대출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