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1위 독주 굳건…내년 2나노 양산까지
인텔·삼성 주춤거리는 사이 격차 더 벌려
중국 SMIC, 삼성과 점유율 격차 3.3%포인트 불과
‘이 없이 잇몸’ 전략으로 기술력 증대 사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라인 내 전경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그러나 이 같은 목표 실현 가능성은 더 멀어지는 모습입니다. 대만 TSMC는 점유율을 확대하며 독보적 1위를 공고히 하고 있고, 중국 업체들도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기술 발전에 힘을 쏟으며 삼성을 바짝 쫓고 있습니다.
삼성 파운드리는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삼성 파운드리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오늘 칩만사에서 알아보겠습니다.
5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업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상위 10개 기업의 매출 총합이 349억 달러(49조43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1위인 대만 TSMC의 점유율은 64.9%로, 무려 235억2700만 달러(33조3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엔비디아 등 AI 빅테크 기업의 수주를 거의 독식하며 돈을 쓸어모으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더 쪼그라들었습니다. 3분기 매출은 33억5700만 달러(4조7500억원)였습니다. 지난 분기 대비 매출이 12.4% 줄어들면서 시장점유율도 11.5%에서 9.3%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트렌드포스가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의 점유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역대 최저치입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를 독립 사업부로 출범시켰습니다. 2021년만 해도 17~18%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올해 상반기 내내 11%대를 기록하다가 10% 아래로 떨어진 겁니다. 삼성 파운드리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로이터] |
TSMC와 삼성의 운명을 가른 건 3나노 공정이었습니다. 제품단가가 높은 3나노 공정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3나노 매출 비중이 높은 TSMC가 최대 수혜를 입은 겁니다. TSMC의 3나노 공정 수율은 70~80%로 상당히 안정적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3나노 수율 개선에서 애를 먹고 있어 고객사 확대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입니다. 여기에 레거시(성숙) 공정에서도 중국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며 경쟁이 커져 가격이 하락했죠.
TSMC는 밀려드는 AI 반도체 생산 수요에 3나노 이하 첨단 공정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TSMC는 내년부터 최첨단 2나노 공정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최근 수율이 60%를 넘으며 대량 양산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죠.
‘큰손’ 고객사도 미리 확보한 상황입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4나노 이하 공정이 적용되는 첨단 파운드리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이미 애플과 AMD가 TSMC에 생산 주문을 맡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렇게 AI 칩과 고성능컴퓨팅(HPC) 제품 수요가 전부 몰리자 TSMC는 생산물량까지 대폭 늘리며 ‘한발’ 더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내년에 TSMC가 설비투자에 쏟는 비용은 최대 380억달러(약 53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만 및 해외에 신규 공장 10개를 동시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2022년 투자금인 362억9000만달러(약 51조4000억원)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예정입니다.
[로이터] |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중국 기업들의 약진입니다. 3분기 파운드리 시장 3위는 중국 SMIC가 차지했는데, 21억7100만 달러(3조700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점유율이 6%로 삼성전자와 불과 3.3%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은 중국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들의 물량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원팀’을 이뤄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죠. SMIC의 최대 고객은 중국 화웨이입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도맡아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팹리스 기업 성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만큼, SMIC의 매출 확대는 앞으로 더 가파라질 전망입니다. 지난해 중국 팹리스 기업 수는 3451곳으로 2016년 1362곳과 비교해 2.5배 이상 늘었습니다. 최근 다소 증가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팹리스 기업 개수와 매출 모두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전영현(왼쪽부터)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한진만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남석우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CTO 사장 |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 삼성전자는 최근 새로운 파운드리 수장을 선임했습니다. 미주총괄(DSA)를 맡던 한진만 사장입니다. 그는 최근까지 DSA를 맡으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빅테크들과 함께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고객사 확대가 시급한 삼성 파운드리에 영업·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대형 고객사의 수주를 따내는데 집중할 방침입니다.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에는 공정개발 전문가인 남석우 사장을 배치했습니다. 빠르게 3나노 공정 수율을 개선하고 내년 TSMC에 뒤처지지 않도록 2나노 공정 양산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술은 기술대로, 영업은 영업대로 전문가가 책임지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예정입니다. 위기 속 두 수장의 어깨가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