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등에 시장은 주춤…양극화 심화
서울 성동구 서울숲트리마제 및 일대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로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십억원대의 고가주택 사이에선 최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이같은 초고가 거래는 핵심 지역에 한정돼, 지역·단지별 격차가 벌어지며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 183㎡는 지난 10월 직전 최고가보다 5억이나 오른 81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해당 단지 전용 152㎡는 지난달 71억원(12층)에 팔리며 동일 평형 중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용 155㎡도 지난 11월 71억5000만원(8층)에 팔리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은 정비사업이 순항하며 부동산 경기 부진에도 실거래가 및 호가가 더 오르는 분위기다.
강남권에선 재건축 단지 외에는 랜드마크 및 신축 단지의 거래가격이 뛰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10월 최고가 54억80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같은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116㎡도 69억8000만원(23층)에 팔렸는데, 같은달 나왔던 직전 최고가(69억5000만원·25층) 대비 3000만원 높은 수준이다.
강남권뿐 아니라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서도 고가 거래와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 용산구 한남동 장학파르크한남 전용 268㎡는 170억원(4층)에 손바뀜하며 2021년 12월(120억원)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5㎡는 지난 9월 106억원(10층)에 매매 계약을 체결하며 신고가를 썼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전용 167㎡는 지난 9월 최고가인 62억원(1층)에 팔렸다. 같은 단지 전용 97㎡도 9월 39억5000만원(5층)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성동구 대표 부촌인 성수동에서는 지난 9월 트리마제 전용 136㎡가 최고가인 67억원(44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8월 이뤄진 같은 평형 거래 가격(55억9000만원·4층)과 비교하면 10억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전용 140㎡는 지난 9월 49억원(23층)에 팔리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집값 급등 피로감과 대출 규제 강화로 하반기 들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폭이 둔화하는 모습이지만, 부촌을 중심으로 초고가 거래는 이어지는 등 지역별·단지별 가격 격차는 커지는 모습이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0.93을 기록했다.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하위 20%(1분위)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집값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은행 대출 없이 잔금을 치를 수 있는 자산가들은 주택 매입에 경기를 타지 않아 이같은 초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가령 지난 10월엔 한 벤처캐피탈 회사 대표가 부인과 함께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5㎡를 99억원에 매수했는데, 별도 근저당권 설정이 없어 전액 현금을 내고 산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핵심 지역에 대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니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며 “반면 나머지 지역 집값은 따라오지 못해 양극화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