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일정 사라져, 총리회동 취소
韓 “직무배제”지만 軍 통수권 여전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국방부는 9일 “현재 군 통수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혐의 피의자’로 수사 대상에 오른 동시에 ‘군 통수권’이라는 막강한 힘을 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직무배제를 공언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발표와 달리 윤 대통령의 ‘2선 후퇴’가 맞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재가하는 등 인사권도 행사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군통수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께 있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내란 수괴 피의자’가 군 통수권을 가져도 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다시 “법적으로는 현재 통수권자에게 있다. 권한이”라고 답했다.
헌법 제 71조에서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 등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돼있다. 궐위는 ‘대통령 사망 또는 사임으로 직위가 공석이 된 경우’, 사고는 ‘질병·해외 체류 또는 기타 사유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다.
헌법상 대통령이 직무를 중단하려면 탄핵, 자진사퇴 등이 이뤄져야하는데 윤 대통령은 두가지 경우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공동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으므로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 판단”이라며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직무 배제 범위에 군 통수권이 포함되는가’라는 질문에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외교를 포함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직을 유지 중인만큼 ‘한-한 투톱체제’에 대해 곧장 위헌 논란이 붙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폐기되면서 형식적으로 군 통수권 등이 모두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8일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직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나타나게 됐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검찰 수사에 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일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 체포했고, 경찰은 김 전 장관의 공관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23분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대통령실] |
일단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전반에 손을 뗀 상태다. 매주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가졌던 총리 주례회동은 취소됐고, 관련 일정도 모두 사라졌다. 총리 주례회동 전 열려야할 대통령 주재 회의도 취소됐다.
출입기자단에도 윤 대통령의 일정 공지가 공유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외활동 대신 관저에서 머무르며 대책 등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에 대한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윤 대통령은 업무 중단에 들어갔지만 인사권은 행사 중이다. 윤 대통령은 전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사의 표명을 수리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탄핵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후임으로 오호룡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을 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관급인 진실화해위원장에 박선영 전 의원 임명안을 재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인사권에 야당에서는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앞으로 (국무위원 등이) 사퇴하는 일이 있을 텐데, 사퇴의 경우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