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민심, 촛불집회 여의도서 매일 열린다

촛불행동, 연일 국회 앞 촛불집회
주최측 “탄핵·체포까지 이어갈 것”
광화문에선 탄핵 반대 집회 지속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역 5번출구 앞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김도윤 기자


“시험 기간이라 망설였는데, 어제(7일) 국회의원들이 투표도 하지 않고 자리를 뜬 모습에 화가 나서 왔어요.”(대학생 이인아 씨)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 의사당대로는 7일에 이어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 찼다. 대학생 김모(21) 씨는 지난 7일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이 집단 보이콧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크게 실망했다. 그는 “가부 여부를 떠나서 투표조차 안 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지난 8일 오후 3시부터 국회 앞에서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구속!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지난 7일과 마찬가지로 “즉각 탄핵”, “즉각 체포” 같은 구호가 대형 스피커에서 울려 퍼졌다.

주최 측은 2만여 명 이상의 시민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7일 집회에 비해 참석자 규모는 줄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합류하는 시민이 늘면서 의사당대로 한쪽 방향 차로는 아예 집회 참석자들이 차지한 상태였다. 주최 측은 성명서를 내고 “탄핵과 체포가 이뤄질 때까지 촛불행동을 이어가겠다”고 선포했다.

인천 서구에서 왔다는 이진재(66) 씨는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제 국회에서 탄핵 투표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을 보고 참을 수 없어서 나왔다”고 했다.

특히 집회 참가자 중에는 유독 20~30대, 젊은층의 얼굴이 많이 보였다. 이들은 계엄 사태와 정부·국회를 향한 소신을 가감 없이 밝혔다.

서울 도봉구에서 왔다는 이서호(19) 씨는 애초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내려던 계획을 바꿔 국회로 향했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도 탄핵이 필요하다고들 하지만, 대통령이 바로 내려오면 국정 운영에 혼란이 생길 수 있으니 대통령 교체를 포함한 제대로 된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서호 씨 친구 김동현(19) 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면 좋겠다. 이제 20살이 되는데, 정치도 새로운 시대를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왔다는 신희건(29) 씨는 “(탄핵안) 투표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서 나왔다. 더 나아지는 정치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에서 온 박모(28) 씨는 “불법 계엄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한다”며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행동 측은 당분간 매일 저녁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집회는 탄핵 표결이 이뤄진 지난 7일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경찰에 접수된 집회 신고 인원은 20만명이었지만, 국회 의사당대로와 여의대로에 모인 인파는 주최측 추산 25만명에 달했다.

이에 반해 보수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자유통일당 등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일대에서 집회를 이어간다. 60대 김순화 씨는 “솔직히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는 놀랐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이 계엄령까지 선포했을 때는 이유가 있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박준규·안효정·박지영·김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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