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투표 조차 안하고 폐기라니” 불붙은 촛불 매일 켜진다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5번출구 앞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김도윤 기자.

촛불행동, 8일 국회 앞 촛불집회 열어

시민 2만여명, 다시 “즉각 탄핵” 외쳐

주최 측, 매일 저녁 촛불 집회 열기로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시험 기간이라 망설였는데, 어제 국회의원들이 투표도 하지 않고 자리를 뜬 모습에 화가 나서 왔어요.” (시민 이인아 씨)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의사당대로는 전날에 이어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 찼다. 대학생인 이(21) 씨는 전날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이 집단 보이콧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크게 실망했다. 그는 “가부 여부를 떠나서 투표조차 안 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 앞에서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구속!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즉각 탄핵”, “즉각 체포” 같은 구호가 대형 스피커에서 울려 퍼졌다.

3시 30분께 주최 측은 2만여명 이상의 시민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토요일 집회보다는 참석자 규모는 줄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합류하는 시민이 늘면서 의사당대로 한쪽 방향 차로는 아예 집회 참석자들이 차지한 상태다.

주최 측은 성명서를 내고 “내란수괴 윤석열과 내란공범 국민의힘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탄핵과 체포가 이뤄질 때까지 촛불행동을 이어가겠다”고 선포했다.

인천 서구에서 온 이진재(66) 씨는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제 국회에서 탄핵 투표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을 보고 참을 수 없어서 나왔다”고 했다.

특히 집회 참가자 중에는 유독 2030 젊은 층의 얼굴이 많이 보였다. 이들은 계엄 사태와 정부, 국회를 향한 소신을 가감 없이 밝혔다.

도봉구에서 온 이서호(19) 씨는 애초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내려던 계획을 바꿔 국회로 향했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도 탄핵이 필요하다고들 하지만, 대통령이 바로 내려오면 국정 운영에 혼란이 생길 수 있으니 대통령 교체를 포함한 제대로 된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5번출구 앞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김도윤 기자.

동갑내기 친구 김동현 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면 좋겠다. 이제 20살이 되는데, 정치도 새로운 시대를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서구에서 왔다는 신희건(29) 씨는 “(탄핵안) 투표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서 나왔다. 더 나아지는 정치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박 씨(28)는 “불법 계엄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한다”며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행동 측은 당분간 매일 저녁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겠단 계획이다. 더불어 지역별 국민의힘 의원 고발 운동, 국민의힘 해산 청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민의를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외 대학에 재직 중인 정치학자 573명은 이날 시국선언문을 내놨다. 이들은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눈속임이다. 탄핵은 헌정 중단이 아닌 헌정 질서의 회복”이라며 탄핵소추안 재발의와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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