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 상승에 업계 ‘투자 줄어들라’ 노심초사

건설사들 “정국혼란 장기화 대비”
정비사업장 공사비 갈등 확대전망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


한국 경제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흔들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추가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르면 건설 원가와 분양가가 연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9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은 원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원화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치 불안뿐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원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외환시장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환율 급등 등 정국 혼란이 장기화할 때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추가로 비상대응회의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을 예측할 순 없지만, 시멘트·레미콘 등 핵심 원자재는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공사비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공사비 상승으로 전국 정비사업장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공사비 추가 상승 압박이 거세지면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철 등 주요 원자재는 연간 계약을 통해 미리 확보해 두기 때문에 (사업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환율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공사비가 인상될 수 있어 위험 요소가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들과 계약을 하면서도 공사 단가를 낮게 책정할 경우 적자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공사비 갈등이 확산해 주택 공급을 더 늦추는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한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행사(발주처)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해 발주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공사비 인상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오르면 조합 내부 분열이 촉발돼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는 공급 감소로 이어져 주거 불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최근 며칠 사이 공사비가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한 경기도 사업장에선 (시행사에서) 건설사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원자잿값까지 인상되면 사업성이 저하되는 사업장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시행사 입장에선 투자 규모가 줄어 겹악재”라고 말했다.

박로명·서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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