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빗썸은 41→19%로 반토막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친(親) 가상자산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한 달 남짓 가상자산 시장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 간에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다.
9일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의 가상자산 원화 시장 점유율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달 5일 56.5%에서 이달 7일 78.2%로 21.7%포인트(p) 상승했다.
1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 10만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던 지난 4일에는 업비트의 점유율이 80%를 웃돌기도 했다.
같은 기간 2위 거래소인 빗썸의 점유율은 41.2%에서 19.3%로 쪼그라들었다. 나머지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의 점유율은 0~1%대로 큰 변동이 없었다.
업비트 쏠림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업비트의 유동성이 다른 거래소보다 풍부한 만큼 코인 매수·매도도 더 원활하게 이뤄진다”며 구조적으로 거래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거래량이 급증하면 업비트 점유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과거부터 되풀이됐다”며 “하락장 때 거래를 쉬던 기존 회원들이 대거 돌아와 다시 투자에 뛰어들면서 업비트를 통한 거래도 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래소 간의 수수료 경쟁도 변수로 거론된다.
빗썸이 지난 10월 초부터 개시한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지난달 17일 종료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빗썸 이용자 일부가 업비트로 이동했을 거라는 관측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독과점’ 논란이 다시 불거질 여지도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코인 수나 예수금, 매출액, 수수료 등의 측면에서 업비트가 독과점 상태라며 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촉구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면 독과점으로 간주해 규제한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시장 구조적 문제나 독과점 이슈는 가상자산위원회를 구성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최근 거래소들은 저마다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가상자산 산업 육성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거래소 간의 빈익빈 부익부는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가상자산 투자 심리가 위축됐던 지난해에도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당기순이익이 8천5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5.4% 증가했다.
반면, 빗썸은 순이익이 243억원으로 74.5% 감소했다. 코인원(-67억원), 코빗(-142억원),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514억원) 등은 나란히 순손실을 기록, 시장 점유율이 낮을수록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