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경제위기, ‘유일호·임종룡 체제’ 8년 전엔 어땠나

최상목 부총리 등 F4 연일 회의
8년 전 컨트롤타워 사실상 부재와는 달라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대한민국이 ‘탄핵 쇼크’의 충격을 맞은 8년 전. 2016년 11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됐던 당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한 달째 후보자 신분을 벗지 못하고 유일호 전 부총리와 동거체제를 이어가고 있었다. 현재 최상목 부총리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똘똘 뭉쳐 연일 긴급 회의를 개최하는 것과는 달리 경제 컨트롤타워 조차 불확실했던 것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헤럴드DB]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16년 9일, 유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경제 상황부터 점검했다. 이어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했다.

지난 2016년 당시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관계부처 장관들이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17 경제정책 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교체 대상인 유 전 부총리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한 달 전부터 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지명된 임 전 위원장은 후보자 신분으로서 금융위원장 직무를 수행했다. 수장으로 내세울 경제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공백상태였던 셈이다.

‘경제 수장’ 공백의 장기화는 경제 정책이 동력을 상실케 했다. 결국 유 전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임 전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지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탓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04년 3월에는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 고건 전 국무총리와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투톱’ 체제를 완성했다. 이 둘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명확한 메시지부터 밝혔고, 이 전 부총리는 “국민생활 안정과 대외 신인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계장관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성명 발표를 마치고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연합]


2024년 현재에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전개되며 ‘식물정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금융권 수장들은 ‘릴레이 긴급회의’를 개최하며 시장 변동성에 긴밀히 대응하고 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무산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휴일에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회의’(F4 회의)를 개최하고 나섰다.

최 부총리는 전날 오후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제부총리인 제가 중심이 돼 경제팀이 총력을 다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메시지를 냈다.

그는 “무엇보다도 대외신인도가 중요하다”며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대외신인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에도 여러 혼란이 있었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이번에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조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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