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 매출 1805억 ‘역대 최대’
기부·협업 등 적극적 친한국 행보
한국 한정 식품을 판매하는 서울의 한 무인양품 매장 모습 김희량 기자 |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MUJI)이 한국 진출 약 20년 만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노재팬(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코로나19 등으로 매출이 반토막 났던 유니클로 역시 한국 시장에서 1조원대 매출을 회복했다. 불경기 속에서 합리적 가격과 품질을 내세운 전략과 상생 전시·협업 상품 등 적극적인 글로컬(Global+local) 마케팅으로 소비자 인식 전환에 성공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무인양품의 2024년(회계연도 2023년 9월~2024년 8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05억원, 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316% 성장했다. 2003년 한국 진출 이후 역대 최대 매출이다. 노재팬 영향으로 2019년~2021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무인양품은 지난해 흑자 전환을 기록한 이후 실적 회복세가 뚜렷하다.
유니클로도 ‘1조 클럽’으로 복귀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렐코리아의 2024년(회계연도 2023년 9월~2024년 8월) 국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0%, 5.4% 성장한 1조601억원, 132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5000억원대로 급감했던 매출은 3년 만에 1조원대로 부활했다. 올해 9월 한국 최대 규모의 잠실 매장을 개점한 것에 이어 동대문점, 상봉점 등 10개 매장을 추가(리뉴얼 포함)해 12월 기준 전국 13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합리적 품질과 가격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엔데믹 후 일본여행이 급증하면서 이들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와 접점을 확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재팬 등 불매 운동을 겪으며 현지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를 엄중하게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선보인 ‘글로컬 마케팅’은 맥도날드 등 다국적 글로벌 브랜드가 진출하는 국가 및 지역 사회의 문화·콘텐츠를 살려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9월 서울 잠실에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 유니클로 매장 모습 김희량 기자 |
대표적으로 유니클로는 2019년을 기점으로 한국 기부금을 크게 높였다. 노재팬(2019년)과 코로나 영향이 커진 2020년(회계연도 2019년 9월~2020년 8월) 기부금은 41억5310만원으로, 전년(6억3772만원) 대비 급증했다. 매출이 과거 대비 급감한 상황 속에서도 17억~18억원대 기부금을 4년째 이어오며 ‘인식 개선’에 공을 들였다. 샤넬코리아(기부액 약 13억원), 루이 비통(0원) 등 국내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명품 브랜드의 기부액과 대비된다.
취약계층과 지역 사회로 깊숙이 들어가는 공헌사업도 늘렸다. 코로나19 당시 축제 취소로 타격을 입은 부산 지역 농가의 토마토 600㎏를 수급하거나 지역 특상품과 화훼를 구매해 고객 선물로 증정하는 식이다. 또 2019년 이후 장애인 맞춤형 의류 지원 캠페인, 느린 학습 아동을 지원하는 교육 지원 사업인 ‘천천히 함께’ 등을 추가했다. 이달에는 수거한 중고 의류를 활용해 만든 가구를 아동양육시설에 기부하는 ‘우리 아이 행복한 공간’ 사업을 신규로 진행할 예정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한국과 지역 사회가 안정돼야 지속가능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서 “단순 기부를 넘어 한국 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인양품은 지난해 7월 스타필드 고양점에 국내 최대 규모(955평)의 매장을 열고,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을 넓히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지역 농부·상점의 물품을 판매하는 ‘연결되는 시장’ 캠페인은 100회를 달성했다.
이어 장난감 자원 순환 기업·발달 장애인 근무 회사 등 전시회를 열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매장을 활용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현재 전국 40여개 매장을 2030년까지 150개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회복되면서 관련 브랜드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라이프스타일 업체 니토리 역시 지난해 한국에 진출했다. 이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출점을 늘리고 있다.
일본 브랜드의 매출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경기 속에서 좋은 품질과 낮은 가격대의 소비재를 판매하는 특성이 더해져 앞으로도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