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빔’으로 반도체 성능 2배 높였다

- 원자력硏, 반도체기판에 전하 이동도 높이는 입자빔 주입기술 개발
- 값비싼 소재 변경없이 성능 향상 가능, 디스플레이·태양전지 활용


사진 2. 입자빔 이용 반도체 성능 향상 연구에 참여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반도체 소자에서 전하(charge)가 얼마나 빠르게 퍼져나가는지를 의미하는 전하 이동도는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상용 기판을 사용하는 반도체의 전하 이동도를 높이는 것은 난제로 남아있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은 실리콘 기판의 상용 반도체에 질소 입자빔을 주입해 전하 이동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입자빔이용연구부 박준규 박사팀은 반도체 소재가 양옆에서 당겨지는 힘을 받거나 볼록하게 휘면 전하 이동도가 높아지는 원리에 착안했다. 기존에는 유연성이 부족한 실리콘 기판에 인위적인 힘을 가하기 어려웠는데, 연구팀은 입자빔을 주입해 실리콘 산화절연막(SiO2)을 부풀리는 방식을 개발했다.

반도체 소자에서 전류가 흘러야 하는 산화아연(ZnO) 반도체 박막 밑에 도핑된 실리콘 산화절연막에 질소 입자빔을 주입해 절연막이 팽창하면서 상부의 반도체 박막이 당겨지도록 만든 것이다.

실험 결과 입자빔이 주입된 실리콘 산화절연막이 1.18% 팽창하면서 반도체 박막을 당기는 힘이 작용해 전하 이동도가 기존 대비 최대 2.5배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연구팀이 사용한 반도체 박막의 산화아연은 산소 결함이 생길수록 전하 밀도가 높아지는 특징을 가지는데, 입자빔이 산화아연 박막을 지나가는 과정에서 산소 결함이 추가로 만들어져 전하 밀도가 기존 대비 최대 6배까지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다.

즉 입자빔 주입으로 인해 반도체 소자에서 전하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부가적으로 전하도 더 많이 생기는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어 반도체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연구팀은 입자빔을 활용한 이 기술이 범용 반도체 소자 기판으로 활용되는 산화알루미늄(Al2O3) 절연막에서도 재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전산 시뮬레이션 연구도 진행해 반도체 성능 향상을 위한 입자빔 주입 조건 및 제약사항 등을 상세하게 도출해 기술의 활용성을 높였다.

이 기술은 박막 트랜지스터 형태의 반도체 소자를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및 태양전지 산업에 바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효율의 광전변환 소자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게재됐다. 구원 이재상 양성자과학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방사선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성능 향상의 허들을 극복한 사례”라며 “연구원의 핵심 시설을 활용해 국가전략산업의 기술적 한계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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