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서도 하이브리드 강세 뚜렷
BYD 등 中 업체, 하이브리드차로 EU 관세 대응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 으름장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관세 조치 등으로 각국 완성차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전동화 전환 속도를 잠시 늦추고, 하이브리드차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1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확대 계획을 밝히고,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주력 모델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 준대형 SUV GV80 등 기존 양산 모델의 하이브리드 버전도 개발 중이다.
전기차 전환 과도기 대응을 겨냥한 EREV는 현재 설계검증 및 평가를 앞두고 있으며, 2026년 말 양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들 새 모델은 기존 하이브리드(HEV) 방식이 아닌 현대차그룹 최초로 개발 중인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2026년 말 양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EREV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각각 적용한 차량으로, 전기차와 같이 전력으로 구동하지만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한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하이브리드 확대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승조 기획재경본부장 전무는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내연기관에 거의 동등 수준인 하이브리드의 판매 믹스를 늘려가고, 전기차 믹스는 조금 줄일 계획이다. 다만, 전기차 비중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시장 점유율은 유지하는 전략을 가져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아 역시 같은 시기에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반대 현상으로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ICE(내연기관) 수요가 되살아 나고 있는 상황으로 하이브리드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가 하이브리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판매 실적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완성차 3개 브랜드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어난 15만4118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 악조건 속에서 실적을 견인한 것은 하이브리드차다.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동기 대비 85.8% 급증한 2만4296대가 팔리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태국 라용에 위치한 중국 전기차업체 BYD의 동남아 최초 전기차 공장의 모습. [로이터] |
중국 완성차 업체들도 수출 실적 방어를 위해 하이브리드차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EU 행정부 집행위원회는 반(反)보조금 조사를 통해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대해 5년간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최종 관세율을 최대 45.3%로 올렸다. 이 같은 관세 조치는 하이브리드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BYD(비야디), SAIC(상하이자동차) 등 주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10월부터 시행된 EU의 전기차 관세 대응전략의 일환으로 하이브리드차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중국자동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올해 7∼10월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유럽 시장에서 판매한 하이브리드차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6만5800대다. 중국이 유럽에 수출한 자동차 가운데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올해 1분기 9%에서 18%로 2배가량 증가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국산차와 수입차를 막론하고 하이브리드차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특히, 올해 전기차 화재 이슈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대체제로서 하이브리드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르노코리아의 경우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7301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89.4%의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6582대가 팔리며 실적을 견인한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는 E-Tech 하이브리드가 전체 판매량의 92%인 6082대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모두 2만3784대다. 전년 동기 대비 전체 월간 판매량은 3.9% 줄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같은 기간 20.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0.6%(1만2027대)로, 여기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량(1243대·5.2%)까지 더하면 비중은 55.8%까지 늘어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이슈와 화재 우려 등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증가세가 주춤해지는 사이 하이브리드차 수요는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라며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최근 중국 대표 완성차 브랜드 BYD가 진출을 선언한 만큼 국내외 업체 간 하이브리드차 시장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