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0시에 박장범 KBS 사장 취임식이 열릴 예정이었던 스튜디오가 텅 비어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박 사장 임기가 시작된 이날 여의도 본관을 점거하며 하루 총파업에 들어갔다. [언론노조 KBS본부]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박장범 한국방송(KBS) 신임 사장이 10일 임기 시작과 함께 노조 총파업 사태를 맞았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여의도 본관을 점거하고 하루 동안 총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내란수괴가 임명한 박 사장은 사퇴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본관 스튜디오에서 예정했던 신임 사장 취임식은 취소됐다. 박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라 온 사전 녹화된 영상에서서 “지난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 질서와 헌법 가치가 위협받았다. 국정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이 자리에 섰다”며 “어떠한 권력이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KBS의 주인인 국민만 바라보면서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박장범 사장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파업 공지를 통해 “(사쪽의) 임명동의제 파기, 공정방송위원회 해태에 항의하고, 내란수괴가 임명한 박장범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오늘 0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라고 알렸다. 이어 “조합원 총파업을 피해 박장범 사장은 새벽 4시 기습 출근했으며 (오전) 8시반 국립현충원 참배 일정도 취소한 채 사장실에 묶여 있다”고 전했다.

KBS 내 또 다른 노조인 KBS 같이노조도 전날 “박장범 임명자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KBS에 최선이었다”며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어떻게 생각하나.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통치행위인가, 헌정 유린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파우치 오욕을 KBS 구성원에게 돌리지 않으려면 적어도 취임 일성으로 계엄사태TF 구성을 지시하기 바란다. 또 이어질 인사에서 진영과 관계없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자리에 앉히라”고 요구했다.

신임 사장은 ‘9시 뉴스’ 앵커 시절 윤석열 대통령 대담 진행을 맡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거론하며 “파우치,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 사안을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90여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어 박장범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박장범이 사장이 된 KBS는 앞으로 더 많이 망가지고, 더 많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박장범은 2016년 당시 사회2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박근혜 국정농단 보도’를 축소·지연시킨 장본인이다. 커리어 내내 권력자 편에 서서 폭력과 비위를 가리고 감추는 데 급급했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내란수괴 윤석열 정권은 끝났다”며 “(박장범 사장은) 지금이라도 항복하고 침몰하는 내란의 배에서 탈출하라”라고 했다.

박 사장의 임기는 2027년 12월9일까지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