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장기화땐 국내 반도체에 악영향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반독점 조사를 착수한다고 밝히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2% 넘게 급락했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를 상대로한 조사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반도체 관련주도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2.55% 급락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반독점법 등 위반 혐의로 엔비디아 조사에 착수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엔비디아가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멜라녹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의 최근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 당국은 2020년 엔비디아가 멜라녹스를 69억달러에 인수하는 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중국의 반독점 조사가 길어지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의 주요 파트너사 중 하나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물량 대부분을 미국 기업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AI 밸류체인에 속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주가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부터 계속됐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나 주요 뉴스가 있을 때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가 동반 상승 또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달 엔비디아의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 발표 직후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장 초반 강세를 나타냈던 게 대표적이다.
엔비디아발 악재뿐 아니라 미국이 대 중국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악재가 겹친 모습이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따르면 HBM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제곱밀리미터(㎟)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모든 제품은 중국 수출이 금지된다. HBM 수출 통제는 이달 31일부터 적용된다.
이번 조치로 전 세계적인 HBM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에 HBM 일부를 수출하고 있어서다. 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