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4년 만에 통화정책 ‘완화’…시장 기대감 상승

정치국회의서 ‘안정→완화’…내수살리기 무게

뉴욕증시 상장 중국기업 주가 일제히 상승

추가 경기 부양책 기대감도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앙정치국 회의 관련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날 중국공산당은 ‘2025년 경제 공작’을 분석·연구하고, 내년도 반부패 업무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시진핑 총서기(국가주석) 주재로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중국이 14년 만에 통화정책 완화를 예고하자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알리바바, 바이두 등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고, 원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로 국제 유가도 올랐다.

알리바바 7%·핀둬둬 10% 상승…유가도 뛰어

 

중국 국기 사진. [신화통신]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알리바바는 전장 대비 7.44% 상승한 92.32달러에 마감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 모기업 핀둬둬는 전장 대비 10.45% 올랐고, 바이두는 전장 대비 7.65% 오른 93.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당국의 발표 직후인 전날 홍콩 주요 주가지수인 항셍지수는 2.8% 상승했다.

이날 유가에도 중국 경기부양 정책이 반영돼 유가가 크게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근월물인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1.17달러1.74% 높아진 배럴당 68.37달러에 마감했다. 프라이스퓨쳐스그룹의 필 플린 선임 분석가는 “중국이 실제로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가능성이 있다면 원자재 가격 붐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움직인 건 중국 당국의 14년 만에 등장한 통화정책 ‘완화’라는 표현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은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 ‘적절히 완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한동안 ‘안정’을 유지하다 이번에 다시 ‘완화’가 등장했다.

전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2025년 경제 공작’을 분석·연구하고, 내년도 반부패 업무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시진핑 총서기(국가주석) 주재로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었다.

중앙정치국은 내년 경제 기조도 ‘안정 속의 진보 추구’(穩中求進)를 견지한다며 특히 내수 촉진을 강조하했다. 특히 당국은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적당히 온건한 통화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기의 中…실질적인 부양책 나오나

 

지난 9일 중국 동부 산둥성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고객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인플레이션의 주요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

중국 당국이 강력한 변화를 예고할 정도로 중국 경제는 올해 내내 불안한 상태였다. 중국은 지난 9월에도 한 차례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으나,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오르는 등 3개월 연속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 올해 상반기 중국 소비자물가도 0.1~0.3%에 그치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되면서 대(對)중국 관세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전날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일부 고율 관세 정책을 비판했다.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에서 세계은행과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금융기구 수장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국가들은 추가적인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보호주의 장벽을 세우는 방법에 의존해 경제의 세계화를 저해하고 있다”며 “무역에서 제한 조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가 직접적으로 미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부품 대(對)중국 수출 통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을 의식했다고 AP는 짚었다.

중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비관론도 나온다. 줄리안 에반스-프리차드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국 책임자는 “중국이 경제 부양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빌리고 지출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미지수다”며 “대규모 부양책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추가 경기부양책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도 경제 정책 기조는 오는 11∼12일로 예정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확정된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