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패권 전쟁 속 엔비디아 ‘십자포화’

미 ‘반도체 수출제재’ 때리자 중, 엔비디아 반독점 조사 ‘맞불’

 

세계적 인공지능(AI) 기업 엔비디아.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 정부가 세계 인공지능(AI) 선두업체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추가 통제를 발표한 뒤 중국이 보복 조치를 하는 가운데에서 나왔다. 엔비디아가 미중 기술패권 전쟁에서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 “엔비디아 이스라엘 반도차세 인수때 부과한 제한 조건 위반”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

9일 중국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하 총국)은 중화인민공화국 반독점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엔비디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멜라녹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총국이 제한적으로 조건을 부과해 승인하도록 한 결정의 공고 제16호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엔비디아는 2020년 데이터센터 사업 강화를 위해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 멜라녹스를 69억달러(약 8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가 신제품을 제공한 뒤 90일 안에 경쟁사에도 정보를 제공한다는 조건을 달아 인수를 승인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조사는 미국 정부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해 추가 수출을 하고 중국이 갈륨 등 주요 소재에 대해 대미 수출 통제를 벌인 직후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일 A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HBM의 대(對)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중국은 보복 차원에서 중국산 갈륨, 게르마늄 등 민간·군수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미국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은 고성능 반도체의 핵심 원료로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주요 공급국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AI칩 선두주자로서 엔비디아의 입지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갈등 속에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고 해석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중국 고객용 맞춤형 AI칩을 계속 개발해왔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의 엔비디아 조사착수에 대해 “미국 정부의 강화된 반도체 제재에 대한 보복”이라고 분석했다.

‘AI 대장주’ 앤비디아, 중국 반독점 조사에 주가 3% 급락

중국의 반독점 조사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급락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약 3%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이날 오전 11시49분(서부 시간 오전 8시49분)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95% 내린 138.24달러(19만7876원)에 거래됐다.

지난 6일 142.44달러에 마감한 엔비디아는 이날 138.99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뒤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도 이달 들어 처음 14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시가총액도 3조3850억달러로 줄어들며 같은 시간 주가가 1.65% 오른 시가총액 1위 애플(3조7320억달러)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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