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은 청자-백자 크로스오버 하이테크
천경자 후기인상주의, 표현주의 같지만
화선지에 영혼 담아 그리움 그린 동양화
‘우상’ 길례언니, 소록도 봉사 간호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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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우주 발사전망대 [지엔씨이십일 드론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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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의 질주[코레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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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 천경자 화백과 대표작 중 하나인 탱고가 흐르는 황혼[함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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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여행의 신상품 우도 레인보우 브릿지[함영훈 기자] |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코레일관광개발이 지난해 첫 선을 보인 고흥 ‘우주과학열차’ 여행은 꾸준히 ‘교육여행’으로 인기를 얻으며 완판 행렬을 이어 왔다. 올해 12월 운영 중인 ‘겨울, 밤하늘 그리고 우리, 우주과학열차 나로우주센터 견학 프로그램 1박2일’ 상품도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되었다.
공공부문이 민간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개발한 ‘의미있는 패키지’, 믿고가는 여행상품이다. 깔아놓은 여행 콘텐츠가 좋으니, 뭉치면 뜬다.
▶코레일관광개발, 대한민국 숨은 매력 탐구&개발= 2025년 신년 벽두부터 다시 ‘고흥에 기차로 가서 우주와 섬, 전통예술 까지 체험하는 여행’은 이어진다.
코레일관광개발의 패키지를 이용하면 비공개 우주 시설까지 둘러보지만, 이 패키지 운영 시기가 아니라도, KTX 순천역에 내려 렌트카를 이용해 그곳으로 가면, 고흥우주발사전망대, 팔영산, 용바위, 소록도 등 고흥관광 매력의 95%는 늘 우리를 기다린다.
편백치유의 숲 팔영산 웰니스, 쑥섬, 거금도, 남열해돋이 해변의 서핑 등 많은 여행자원을 갖고 있는 고흥은 올겨울 우주여행 외에도 많은 매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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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유자[함영훈 기자] |
신상품인 ‘레인보우’ 해상 산책로, K-아트 동양화가 천경자 특별전, 청자와 백자의 강점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 여말선초의 하이테크 도자기 기술이 투영된 분청사기 예술과 인문학, 꿀맛 같은 고흥 굴(고흥사람들을 굴을 ‘꿀’이라 부른다), 강력한 비타민 충전식품 유자와 ‘여성의 과즙’ 석류 등이 우주여행과 함께 한다.
박지성, 유제두, 김일, 나로호 우주선의 고향이자 불굴의 소록도 두 천사가 있었기에, ‘고흥에서 힘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유자와 석류가 좋아 ‘미모 자랑 하지 말라’는 말도 나올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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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우주과학관[함영훈 기자] |
12월 고흥의 매력 중 눈에 띄는 것은 분청사기의 비밀과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고흥출신 세계적인 화가 천경자 특별전이다.
▶여말선초 하이브리드 도자기 하이테크, 분청사기= 고흥군청에 북동쪽 인근에 있는 두원면 운대리 분청사기 도요 27기, 청자 가마터 5기가 밀집된 곳에 고흥분청문화박물관(사적)이 들어서 있다.
분청은 백자의 재료 고령토가 확인되기전, 청자 제작기법에 백토로 표면을 분장한 조선초 최첨단 하이브리드 도자기 기법을 말한다. 회흑색의 태토(胎土) 위에 백토로 입힌 다음 자유로운 문양을 새겨 구워냈던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의 줄임말이다.
비취색, 연두색 등 단색의 고려 도자기도 세계적인 명품이었지만, 청-백자의 과도기, 분청의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 기술이 발휘되면서 여말선초 도자기 미학의 더욱 다양한 표현법을 갖게 된다. 고려 말 청자를 토대로 풍만하고 율동적인 형태로 변화되다가 장군·자라병·매병(梅甁) 등 현란한 응용 분청사기로 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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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 있는 분청사기[함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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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의 과학적 제작과정[함영훈 기자] |
당대의 하이테크 분청사기 도자기 기술은 새로운 재료의 배합, 표면 그리기 기법의 다양화, 가마 온도의 응용적 시도에 의한 예상치 못한 예술적 결과물의 탄생 등 때문에 오늘날 도예미술가에게도 많은 영감을 준다.
조선조 백자가 득세하고 임진,정유년 일본 침략 때 많은 도공들이 끌려가면서 강진 청자와 이천 백자, 영암 도기는 건재했지만 정작 실험적 도자기 기술의 총아인 고흥 일대 분청사기는 쇠퇴하다 최근 들어서야 다시 각광을 받는다. 많은 도예 작품들을 이미 감상해봤던 여행자들에게 고흥 분청사기는 새로운 감흥을 선사할 것이다.
분청문화박물관은 미술, 문학, 민속, 설화 등을 아우르는 문화예술 클러스터이다. 세부적으로는 ▷한민족 문명의 1백만년 통사를 조망하는 역사문화실, ▷분청사기와 운대리 가마터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하는 분청사기실, ▷천경자 등 의미있는 문화예술인들을 집중조명하는 특별전시실 ▷구비문학을 집대성한 설화문학실, 태백산맥의 조정래 가족문학관(아버지 조종현, 조정래 본인, 부인 김초혜), ▷고흥갑재민속전시관 등이 운대시 가마터 사적에 함께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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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사기 기법 공모전 대상 비오는날의 모란꽃(강광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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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역 앞 고흥 우주여행 조형물 |
특별 기획전을 비롯해 분청사기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으며, 분청사기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2만 7000평 규모 고흥운대청소년야영장도 운영중이다.
인근 지자체도 고흥의 보석같은 여행지를 알리는데 나섰다. 순천역은 한국우주과학의 본산임을 알리는 고흥 우주 조형물을 설치했고, 여수공항은 ‘고흥분청사기’ 홍보관을 개관했다.
▶예술 고흥, 화선지의 마티스, 천경자 특별전= 천경자 화백(1924~2015·홍익대 미대 교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 고향인 전라남도 고흥군에서 개막돼 오는 31일까지 일정으로, 고흥분청문화박물관, 고흥아트센터, 남포미술관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 공영민 군수가 현장에서 전시장을 세심하게 살펴, 이번 특별전의 가치가 매우 중함을 엿볼수 있다. 코레일관광개발도 여행 패키지에 포함시켰고, 고흥군은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사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부여했으며, 고흥군내 13곳의 맛집과 카페는 천경자 특별전과 연계해 과역면 삼겹살 백반&커피거리와 국산 커피재배 농가 밀집지역을 알리는 SNS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천경자 화백의 차녀 수미타 김(김정희·70)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미술과 교수가 예술 총감독을 맡아 천 화백의 채색화, 드로잉, 영상, 사진, 친필 편지 등 다양한 작품과 자료를 통해 천 화백의 삶과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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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의 대작, ‘제주도 풍경’-섬의 인상(1956) |
전시는 총 3개의 테마로 구성되며, 주제 전시는 고흥분청문화박물관, 특별전시는 고흥아트센터, 연계 전시는 남포미술관에서 각각 열린다.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서는 ▷탱고가 흐르는 황혼 ▷만선 ▷화혼 ▷굴비를 든 남자 ▷아이누 여인 ▷팬지 ▷길례언니Ⅱ ▷정 ▷파리시절 누드 유화 등 채색화 29점, 드로잉 23점, 화선지에 먹 6점, 아카이브 102점 등 총 160점을 전시되고 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리며,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5시이다. 매주 월요일 휴관하며, 관람료는 미술 대중화를 위해 무료 개방된다.
▶노벨상 후보 마리안느를 소록도에서 도운 길례언니= 전시장에 들어서자 챙 넓은 모자를 쓴 여인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로 정면을 응시하는 ‘길례언니II’(1982)가 관객을 맞는다.
헤럴드경제가 고흥 지역 미술사가의 증언을 취재한 결과, 화폭 속 여인은 천 화백이 졸업한 고흥초등학교의 졸업상 명단에 기록된 임길례라는 실존 인물이다.
그는 천 화백보다 3년 선배인데, 훗날 소록도의 간호사가 됐다. 소록도에서 40년 봉사한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안느-마가렛(작고) 두 간호사는 노벨상 후보로 추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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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의 여인상. 이 작품에서도 길례언니의 모습이 드러난다. |
이번 전시에서 20여 년만에 관객과 처음 만난 120호의 대작 ‘제주도 풍경’(1956)은 소장자인 뮤지엄 산 한솔재단이 여태껏 ‘섬의 인상’이라는 제목으로 알고 있었던 그림이다. 수미타 김은 “1956년 국전에 출품된 작품인데, 당시 기록된 조그마한 그림 사진에서 출처를 새로 알게 됐다”며 “이런 작품은 정말 귀하다”고 헤럴드경제 이정아 미술기자에게 설명했다.
고흥아트센터에서는 특별전시 ‘천경자를 기리고 그리다’가 열리며, 천경자 화백의 초상과 작품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청년 작가 82인의 공모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남포미술관에서는 ‘색채의 향연’이라는 연계 전시가 진행되며, 천경자 화백의 제자와 국내 채색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한다.
또한, 천경자 작가의 채색화와 드로잉 작품을 재해석한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도 고흥분청문화박물관과 고흥아트센터에서 함께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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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남의 천경자 작품 몰입형 미디어아트[함영훈 기자] |
천 화백의 작품에서 중요한 테마인 ‘고흥의 바다와 자연’, ‘여성상’을 미디어아트를 통해 역동적이고 몰입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이 프로젝트는 관람객이 작품 속으로 들어가 시각적, 입체적, 청각적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연출된다.
천 화백 그림을 언 듯 보기엔 서양의 후기인상주의, 표현주의 작품 같지만, 화선지에 그린 동양화이다.
수미타 김 예술총감독은 “화가 천경자는 독창적인 화풍과 솔직한 글, 그리고 용기 있는 삶으로 수많은 사람의 가슴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 선구자적 예술가였다. 그리고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그리움을 남기고 떠났다”며 “이 특별전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슴에 간직한 그리움과 아쉬움에 대한 응답”이라고 전시의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