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하단 2200까지 갈수도”
저점 매수 신중 조언…수출주 주목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주식 시세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3.93포인트(1.01%) 오른 2,384.51로 출발했다. 코스닥지수는 8.93p(1.42%) 오른 635.94에, 원/달러 환율은6.1원 내린 1,430.9원에 개장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유동현·김민지 기자] 국내 증시가 경제성장률 둔화와 수출 여건 악화라는 대·내외 악재에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며 한파를 겪고 있다. 개인과 외국인투자자는 계엄령 해제 이후 4거래일 동안 2조원 넘게 증시를 팔아치우면서 코스피 2400선마저 무너졌다. 주요 해외 증시는 연말 ‘산타랠리’를 향해하고 있지만 유독 국내 증시만 뒷걸음질이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정치 혼란이 장기화할수록 코스피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치 혼란이 매듭지어지더라도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국제 통상환경 악화로 상승 모멘텀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코스피 하단은 2200까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저점을 형성한 만큼 저가 매수 전략을 조언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태봉 아이엠(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일 “한국 시장이 밸류이션으로는 가장 ‘바텀 라인(하단)’에 들어왔지만 당장 좋아질 만한 해답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통령 탄핵 국면이) 단기에 마무리가 된다면 (증시도) 바닥을 쳤다 볼 수 있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탄핵 정국이 장기화된다면 기간 조정(하락 추세)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치적 혼란기가 줄어들수록 단기 가격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2기도 아직 시작이 안 됐고, 한국 기업 경쟁력이 많이 훼손됐다 보니 과거보다 체력이 안 좋은 상태”라며 “원화 약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여건은 안 된다. 지금이 (국내 증시가) 제일 힘들 때인 거 같다”고 평가했다.
최광혁 LS증권 신임 리서치센터장은 “(정치 혼란이)오래 끌면 하락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일찍 끝나더라도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수급 문제는 단기적인 이슈일 가능성이 꽤 크고, 기본적으로는 정책 부재”라면서 “가령 밸류업 하는 사람들은 밸류업을 더 해야 되는지, 원자력을 투자하는 사람들은 투자를 해야 되는지 고민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정책 부재로 인해서 대부분의 기업 활동이 멈춰버릴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우려라고 했다.
이들은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화됐다 평가하면서도 특히 주도주인 반도체 업종 부진을 꼽았다. 고 센터장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 때문에 지금 낸드, DDR 같은 경우는 창신 메모리 같은 업체가 치고 나오면서 가격이 36%나 떨어졌다”며 “우리도 이제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중국하고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가격도 반값이니까 거대한 G2전쟁에서 살아날 지를 봐야하는 데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 신임 센터장도 “지금은 IT 수출이 줄어드는 사이클”이라며 “(탄핵)이슈가 일찍 끝난다고 해도 그렇게 크게 긍정적 영향은 없다고 보는 이유”라고 했다.
코스피가 맥을 못 추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5배로 떨어졌다. 밸류에이션이 하단을 형성, 즉 저평가 구간에 왔지만 저점 매수 전략은 신중하라는 조언이다. 노 센터장은 “지금 매도하기에 늦은 시점”이라며 “코스피 2350을 1차선, 2200 정도를 2차선으로 보고 있다. 일단 호흡을 좀 가다듬으면서 장기분할 매수 전략으로 접근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장기 매수는 우량주 그리고 내수주 보다 수출주 위주로 선별적 접근을 조언했다.
고 센터장은 “기업 어닝이 밀릴 거라고 본다”며 “2250 정도를 저점으로 우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해외 주식 위주 투자를 하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신임 센터장은 “코스피 하단은 2300 수준을 보고 있다”며 “내수 종목보다 환차익이 있는 수출주”를 제안했다. 가격이 저점 구간대를 형성한 반도체를 꼽았다.
국내 증시는 계엄령 해제 이후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며 수급 문제에 직면했다. 외국인 단기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국내 증시에서 이탈했다. 외국인은 계엄령 해제 이후 4거래일 간 국내 증시를 7025억원 팔아치웠다. 전날 환율은 전거래일 오후 종가(1419.2원)대비 17.8원 오른 1437.0원에 마감됐다. 2022년 10월 25일(1444.2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이며, 장중 한때 1438.3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고 센터장 “환율은 모든 걸 담고 있는 지표”라며 “1100원 수준에 들어왔던 외국인들은 1400원대가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에 일단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개인투자자들도 최근 4거래일 간 1조4644억원을 ‘패닉셀’(공포 매도)했다.
글로벌 증시는 상승세를 보이며 산타랠리를 향해가고 있다. 이달 들어 스탠다드푸어스(S&P)500지수는 0.95%, 나스닥 지수는 3.4% 올랐다.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지수(닛케이 평균주가)는 2.3% 상승했고,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 2.3%, 대만 가권 지수는 4.18%, 유로스톡스50 등은 3.6% 상승했다. 62년 만에 내각이 해산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된 프랑스 증시도 2.6%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