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에…내년 ‘빅5’ 병원도 전공의 지원자 한자릿수

‘빅5’ 전공의 비중 40→5%
‘미복귀 전공의 처단’, 의료계 반발에 기름


[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내년 3월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 ‘빅5 병원들(서울성모·삼성서울·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대병원)’조차 지원자가 소수에 그치면서 의료 공백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12·3 비상 계엄 포고령에 포함된 ‘미복귀 전공의 처단’이 의료계 반발에 기름을 부으면서 의료 대란 사태가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10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176개 수련병원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총 3594명의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를 모집한 결과 지원자 수는 314명(8.7%)으로,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수련병원인 ‘빅5’ 도 68명(8.7%)으로, 병원별로 10명 남짓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부과·안과·성형외과와 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같은 인기과에는 지원자가 있지만 필수의료의 중심인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흉부외과는 사실상 전멸 수준이다.

레지던트 과정은 인턴을 마친 후 지원할 수 있는데, 지난 2월 의대 증원 정책 등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이후 전국 211개 병원에서 수련 중이던 인턴 3068명 중 102명(3.3%)만 현재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2·3 비상 계엄 포고령에 ‘미복귀 전공의 처단’이라는 과격한 표현이 쓰이면서 지원율을 더욱 떨어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병원 관계자는 “탄핵 정국에 빠지면서 의료계의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번 모집 때 지원하려고 했던 이들도 이제는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로 차후 진행될 인턴 모집과 레지던트 상급년차(2~4년차) 모집에서도 상황이 바뀌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월 22∼23일 원서를 접수하는 인턴 3356명 모집은 같은달 9일 치러지는 의사 국가시험 필기 합격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번 국시 필기 응시자는 304명으로 전년의 10분의 1 수준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빅5 병원 전체 전공의 수는 238명이다. 2022년엔 2437명, 2023년엔 2742명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빅5 의사 중 40% 안팎을 차지하던 전공의 비중은 5% 내외로 뚝 떨어졌다.

빅5 병원 중 전공의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대병원은 작년 46.2%에서 올해 7.5%로 감소했다. 삼성서울병원은 38.0%에서 5.2%로, 세브란스병원 40.2%에서 5.1%로, 서울아산병원 34.5%에서 3.2%로 서울성모병원 33.5%에서 6.4%로 모두 한자릿 수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비 전문의인 전공의가 줄면서 전문의 전환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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