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후 해외 플랫폼으로 대거 이동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지난 3일 이후 해외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 신규 설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5년 만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정국 사태로, 국내 플랫폼에서 해외 서비스로 옮겨간 이른바 ‘디지털 망명’이 현실화한 셈이다.
10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텔레그램의 신규 설치 건수는 4만576건을 기록했다. 메신저 업종 당일 전체 신규 설치의 절반 가까운 47.09%를 차지한 수치다. 지난 2일 신규 설치 건수가 9016건인 것과 비교하면 4배 넘는 증가세다.
텔레그램 신규 설치는 계엄 정국이 오전까지 지속된 지난 4일에도 3만3033건에 달했다. 이어 지난 5일과 6일에도 1만건 넘는 신규 설치를 이어가며 메신저 분야 1위를 유지했다.
한동안 국내에서 텔레그램의 이용이 주춤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간 추세와 선명한 대조를 보인다. 지난 11월의 경우 메신저 업종 신규 설치 1위는 네이버 라인으로, 텔레그램은 4위에 그쳤다.
지난 10월과 9월에도 라인이 신규 설치 1위 자리를 지켰으며, 텔레그램은 3위로 카카오톡의 뒤를 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트래픽 집중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일부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접속 불안 현상을 빚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네이버에서는 뉴스 댓글과 네이버 카페 접속이 일시적으로 장애를 일으켰고 다음 뉴스 댓글 서비스도 일시 오류가 발생했다.
특히 통신 검열 등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각종 괴담까지 나돌며 ‘디지털 망명’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계엄 선포 직후 앱스토어 등 인기 차트에서 50위권이던 텔레그램 인기가 삽시간에 3위까지 치솟기도 했다. 실제 지난 3일 오후를 기점으로, ‘엑스(X·옛 트위터)’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텔레그램을 설치했다는 이용자들의 사례가 줄을 이었다.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은 보안성 등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치권과 관가 핵심에서 애용하는 메신저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지난 7일에는 계엄 핵심 당사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 자진 출두를 앞두고 텔레그램을 탈퇴한 뒤 새로 가입한 정황이 드러나, 기존 대화 내용을 삭제하고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텔레그램뿐 아니라 구글, 유튜브 등 해외 서비스의 이용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 4일 ‘유튜브’, ‘유튜브 라이브’의 검색량이 40% 급증했다. ‘X’ 검색량도 50% 증가했다. 실시간 뉴스를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 라이브 기능 등 해외 플랫폼 서비스를 찾은 이용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네티즌은 “비상계엄 선포를 보고 바로 유튜브 라이브를 틀었다”며 “해외 플랫폼이라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고 했다. 박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