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퇴진 시점’조차 결론 못 낸 與…원내대표 ‘충돌’ [이런정치]

탄핵 정국에 ‘자중지란’…‘원내사령탑 부재’ 여파


지난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김해솔 기자] 국민의힘에서 탄핵 찬반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결국 당 주류인 친윤(친윤석열)·중진그룹과 신진 세력인 친한(친한동훈)·비윤(비윤석열)계의 힘겨루기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경험한 중진 중심의 친윤 ‘보수 괴멸’을 우려하며 방어선을 구축했지만, 친한계와 비윤은 ‘구태 정치’에 대한 반감을 공유하며 견제하는 모습이다. 당내 갈등은 추경호 원내대표의 사퇴로 공석이 된 원내사령탑 자리까지 번졌다. 두 번째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앞둔 비상 상황에도 사실상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며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의원총회를 소집해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5선의 ‘친윤’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과 4선의 ‘비윤’ 김태호 의원(경남 양산시을)의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

애초 친윤계에서 나경원·윤상현·박대출 의원 등이 거론됐으나, 전날 4선 이상 중진 간담회에서 사실상 권 의원으로 ‘교통 정리’를 했다. 검사 출신이자 ‘원조 친윤’인 권 의원은 대선 직후 원내대표를 지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탄핵소추위원을 지냈다. 친윤·중진그룹은 현 정국에 대응할 협상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권 의원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계에선 김도읍·성일종·김성원 의원이 후보군에 거론됐으나 김 의원이 나섰다. 김태호 의원은 입후보 등록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독배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 쓸모 있는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 ‘피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오늘 등록했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의원은 경남지사를 두 차례 지냈고, 국무총리 후보까지 거론됐던 인물이다. 지난 대선 당시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으며, 지난 총선 때는 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받아들여 나섰다가 생환했다. 과거 ‘친박근혜’가 우세했던 새누리당 시절에 최고위원에 당선된 전력도 있다.

차기 원내대표는 정국안정화TF가 마련한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에 대한 당론 수렴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추진하는 각종 특검 탄핵 파상공세에 대응하며 당 추스르는 역할을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14일 본회의에 오르는 탄핵소추안 표결에 대한 당론까지 정하는 중책이 주어진다.

국민의힘에선 비상 상황임을 고려해 원내대표를 ‘추대’로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김 의원의 출마로 추대는 불가능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은 각각 친윤·중진그룹, 친한·비윤계의 지지를 업고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4선 이상 중진들은 10일 간담회에서 사실상 권 의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친한계 조경태 의원만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에서는 친윤계에 대한 반감을 고리로 김 의원에 대한 지지세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실상 ‘친윤 대 비윤’ 대리전으로, ‘친윤 대 반(反)친윤’ 선거인 셈이다.

차기 원내대표는 당권 주도권 싸움이기도 하다.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구성원이자, 한동훈 대표와 함께 윤 대통령의 ‘카운터파트너’로서 향후 정국에서 주요 역할을 맡게 된다. 탄핵·하야 등 윤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세력 싸움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한동훈 대표는 이에 견제구를 날렸다. 중진 간담회 결과에 관한 질문을 받은 한 대표는 “중진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친한계 초선 의원은 “그렇게 대통령과 가까웠다면서 (계엄 사태를) 막지도 못한 것 아니냐”라며 “권성동 의원이 알아서 출마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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