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열병차량에 탑승해 사열하고 있다. [뉴시스] |
[헤럴드경제=신대원·오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서울의 밤’ 당시 물리력을 동원해 국회를 사실상 해산시킬 것을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검찰이 비상계엄 사태 기획부터 실행까지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기도한 내란 혐의를 적용하고, 법원이 내란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정점임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작전을 주도한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부 사령관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하셨다”며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은 통화 시점에 대해 4일 0시30분부터 0시40분 어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3일 밤 10시23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가 4일 0시49분부터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해 계엄령 선포 무효를 선언하기 직전이었다.
당시 특전사를 비롯한 계엄군 일부는 이미 국회 경내로 진입한 상태였다.
결국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기 위해 의원들이 속속 국회로 집결하는 긴박한 순간 계엄군에게 이를 강제로 막으라고 직접 명령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내란 정황이 뚜렷해진 셈이다.
다만 계엄군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실제 이행하지는 않았다.
곽 사령관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듣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서 현장 지휘관들과 ‘공포탄을 쏴서 들어가야 하나, 전기를 끊어서 들어가야 하나’ 논의했다”며 “현장 지휘관들이 ‘그건 안 된다, 제한된다’를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전 병력들이 나중에 범법자가 되는 문제와 강제로 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들이 다치기 때문에 차마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현 위치에서 더 이상 안으로 진입하지 말라고 중지시켰고, 이동하는 상황을 보기만 하고 더 이상 작전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도 “더는 무리수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고, 사령관은 ‘알겠다. 하지 마라’고 했다”고 밝혔다.
만약 계엄군이 윤 대통령의 지시대로 강압적인 국회 진입과 의원 해산에 나섰다면 대규모 유혈사태로 비화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헌법에서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해제하지 않고 법적 검토에 나섰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직후 계엄사령부가 설치된 합동참모본부 지하 3층 전투통제실에 별도로 마련된 결심지원실을 찾았다.
이와 관련 김 전 장관의 비서실장 격인 김철진 군사보좌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김 전 장관을 따라 들어갔을 때 대통령님께서 국회법 법령을 좀 달라고 찾으셨다”며 “제가 나와서 해당 과장에게 법령을 갖다달라고 얘기했고 기다렸다가 법령을 받아 다시 안에 넣어드렸다”고 진술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누구의 지시로 지휘통제실 결심지원실로 ‘국회법 법령’을 가져갔느냐‘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결심지원실은 명칭 그대로 한반도 유사시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과 관련한 중대 결심을 하기 위한 장소다.
당시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과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극소수의 인원들과만 함께 했으며, 김선호 국방부 차관과 김명수 합참의장 등도 결심지원실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국회법 법령을 놓고 김 전 장관을 비롯한 12·3 비상계엄 사태 핵심인물들과 어떤 논의를 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향후 수사와 조사 등을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김 보좌관은 이 때 정확한 시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4일 새벽 1시30분 또는 1시40분께였다고 말했다.
당시 헌법에 따른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던 시점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다른 방안을 모색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다시 3시간 가까이 흐른 이날 새벽 4시27분께야 생중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와 계엄사 해체를 발표했고, 정부는 4시30분께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 의결을 발표했다.
계엄군이 기존에 알려진 대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기구 외에 민주당사를 사실상 점거하려했다는 계획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곽 사령관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비화폰을 통해 “지난 1일 민주당사와 국회, 선관위 3곳, 여론조사 꽃 등 6곳을 확보하라는 임무를 받았다”며 “확보는 병력을 동원해 건물 출입구를 막아 드나드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계엄군에게 민주당사를 확보하라는 임무가 부여됐다고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곽 사령관은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이 명시적으로 계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과 관련한 계엄 상황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앞서 일부 핵심 군 지휘부는 계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