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여의도에서 열린 ACE 빅테크·반도체 세미나에서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이 내년 여러 신기술과 융합 산업이 쏟아지는 ‘분화’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반도체 전문가인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는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빅테크·반도체 투자 세미나’ 강연에서 “AI 메모리칩의 현재 대세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뛰어넘는 새 표준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권 교수는 “AI 연산은 매우 빠르게 계산을 수행하는 GPU와 이보다 훨씬 속력이 느린 메모리 사이의 격차로 생기는 ‘메모리 월’(메모리 장벽)이 가장 큰 과제”라며 “HBM은 기존의 컴퓨터 구조 내에서는 가장 빠른 메모리칩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 완벽한 답이 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예컨대 메모리의 인풋(입력)·아웃풋(출력) 과정을 아예 생략하는 방안도 연구가 되고 있다. 식당으로 비유하자면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미리 어떤 주문이 나올지 예측해 미리 요리를 만드는 신기술로, 이와 같은 하이브리드(혼종) 메모리칩이 HBM의 대안으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현재 엔비디아가 이끄는 AI 반도체 생태계인 ‘엔비디아 연합’을 과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OS)와 인텔 반도체 중심의 IT 주도 세력인 ‘윈텔’에 비유했다.
그는 “윈텔은 20년이 넘게 주도권을 지켰지만 엔비디아 연합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그 당시에는 인터넷도 AI도 없었지만, 지금은 이 두 요인이 혁신을 급속하게 촉진하기 때문에 중국·유럽 등에서 새 클러스터(연합)가 등장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AI 자체보다 AI가 다른 산업과 융합해 어떤 수익을 창출할지를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렇게 분화하는 새 융합 산업의 주요 예로 AI 의료·바이오 산업과 AI 에너지 업종을 꼽았고, 반도체와 관련해선 AI 기반의 EDA(칩설계자동화) 사업이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