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한국고용정보원장 |
자격 미달 지적에 고용부 “환노위 출신 심대평 의원 보좌한 경력”
‘효문화’ 박사 수료 출신 신임 원장 ‘연봉 2억에 임기 3년’ 알박기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최악의 고용한파 속에 대한민국 고용정책의 ‘씽크탱크’라고 여겨지는 한국고용정보원 신임 원장에 국민의힘 인권위원장 출신 이창수씨가 임명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용정보원장 응모자격에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사업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명시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에서 대다수 경력을 쌓은 이창수 신임 원장의 경우 관련 경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11일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이창수 원장을 임명했다. 대통령이 아닌 장관이 임명한 것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 고용정보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기관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고용정보원과 같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의 경우 ‘총수입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직원 정원이 500명 이상’인 경우에만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고용정보원은 지난해 총수입액이 1346억7800만원으로 1000억원 이상이고, 직원 정원은 올해 3분기 기준 526명이다. 하지만 전체 526명 중 무기 계약직이 전체의 18.8%에 달하는 92명으로 이를 제하면 500명에 미치지 못한다.
김문수 장관이 해당 인사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이 이뤄진 지난 7일 하루 전인 6일 임명한 것은 명백한 ‘알박기’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오는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재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고용정보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만약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차기 대선 이후 출범하는 정부 입장에선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의 임기 3년을 오롯이 보장해야 한다. 지난 8월부터 공석이던 고용정보원장 임명을 급박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는데도 임명을 강행한 이유로 보인다. 고용부 내부에서조차 “고용부 기획조정실장 등 1급 자리는 지난 6월부터 반년 가까이 비워두면서, 고용정보원장을 서둘러 임명할 이유가 뭐가 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고용정보원. [헤럴드DB] |
더 심각한 것은 이창수 신임 원장이 고용정책과는 무관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2일 고용정보원 임원추천위원회가 공시한 ‘한국고용정보원 원장 공개 모집’ 상에는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을 갖춘 사람 ▷한국고용정보원의 사업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조직관리 및 경영능력을 갖춘 사람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을 갖춘 사람 등 4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날 기자들의 요구에 뒤늦게 고용정보원이 공개한 이 원장 경력에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사업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하다.
천안 중앙고와 단국대를 졸업한 이 원장은 성산효대학원대학교에서 효문화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충남도지사 비서실장을 맡은 후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실무위원, 국민의힘 중앙당 대변인 및 인권위원장, 한국교통안전공단 비상임감사 등을 역임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임원추천위원회는 이 원장을 포함한 3명의 후보를 고용부에 추천했고, 김 장관은 관련 경력이 전무한 이 원장을 임명했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이 원장은 과거 심대평 국회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을 활동할 당시 심 의원을 보좌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전임 김영중 원장과 나영돈 원장의 경우 모두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고용정보원이 여느 공공기관보다 전문성을 크게 요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고용정보원은 ▷고용 동향, 직업의 현황 및 전망에 관한 정보의 수집·관리 ▷고용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 ▷통합전산망의 구축 및 운영 ▷인력 수급의 동향 및 전망에 관한 정보의 제공 ▷고용 관련 통계의 작성·공표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관한 업무 ▷직업지도, 직업심리검사 및 직업상담에 관한 기법(技法)의 연구·개발 및 보급 ▷고용서비스의 평가 및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내수 부진으로 건설업 취업자 수가 7개월, 제조업 일자리가 5개월 연속 감소하는 현 상황에서 고용정보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편, 알리오에 따르면 고용정보원장의 2023년 연봉은 1억9236만6000원으로 2억원에 육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