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경제에 악영향” 우려
“자영업자 지원 논의 필요” 제언
민주 “민생 예산 추경 편성” 촉구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헌정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야는 예산안 협상은 ‘민생 예산’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결국 불발됐다. 이번 감액 예산안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민생 예산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0일 국회는 2025년도 정부 예산안과 세법을 의결했다. 정부가 민생 예산 증액 의지가 없고 국회가 감액 권한만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헌법이 정한 기한 내에 예산 낭비를 막고 민생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감액 예산으로 국채 발행 규모를 3조7000억원 줄여 재정 여건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 꼭 필요한 민생 예산에 대해 정부가 추경 편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번 ‘감액 예산안’ 통과와 관련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와 함께 ‘확장 재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야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재정으로 하라고 했지만, 재정 정책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으로 야당 정책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안 감축을 하면서 바로 추경 얘기가 나오는 것은 확장재정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한 게 아닌가 싶다”며 “지금까진 거시적인 논의에 매몰됐다면 이젠 뭐가 더 필요하고 누가 더 필요한지 봐야한다. 최근 정국 혼란으로 자영업자들도 민감해 이쪽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국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들 것”이라며 “추경에서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하는 게 민생 예산인데 이런 쪽으로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10일 본회의를 열고 2025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재석 의원 278명 중 찬성 183명, 반대 94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이로써 내년 예산은 673조3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번 ‘감액 예산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예결위는 정부 예산안 중 예비비 2조4000억원과 대통령비서실·검찰·감사원·경찰청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삭감한 약 4조1000억원 감액 예산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 본회의 전까지 예산과 관련한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국민의힘은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지원까지 꺼내며 증액에 나섰지만, 민주당이 복원된 만큼의 민생 예산 증액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요구한 민생 예산에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1조원이 포함돼 받아들일 수 없었단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본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의 요구 사안은 예결위가 감액한 총 4조1000억원 중 예비비 1조8000억원을 포함한 2조1000억원의 복원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요구한 지역화폐 예산 4000억원 증액, 고교 무상교육 국고지원 예산 3000억원 반영, AI 지원·재생에너지 지원 예산 등 2000억원 반영 등 총 9000억원 반영을 기재부가 약속했다는 게 진 의장의 설명이다.
진 의장은 “민주당은 감액된 예산을 복원하려면 그 복원 규모에 맞게 민생 예산도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 기재부가 수용하지 않았고, 또 국민의힘도 그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으면서 예산안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민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나 이는 거짓말”이라며 “예비비의 경우 절반 수준으로 대폭 삭감해 2014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재난·재해, 감염병 발생,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 따른 불확실성, 복지 분야 의무지출 부족 등 민생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는 기밀을 요하는 수사에 사용되는 경비”라며 “관련 수사비를 전액 삭감 시 마약, 딥페이크, 성범죄, 사기 사건 등 민생 치안이 위협받는다는 건 국민 누구나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국고채 이자도 아무런 근거 없이 5000억원 감액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향후 ‘추경’을 통한 민생 예산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예결특위 위원장인 박정 민주당 의원은 전날 본회의 제안 설명에서 “지금은 건전 재정 정책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좀 더 과학적 예산이 추경을 통해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전날 본회의를 마치기 전 “2025 예산안은 통과되지만, 증액이 필요한 부분은 민생 추경으로 확충돼야 한다”며 “정부는 내년도 예산 집행을 하는 즉시 추경 편성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현·박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