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프라인 유통업체 내부 공채 직원과 외부 전문 유입 인력 간의 갈등과 반목이 심각하다. 유통업계는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경쟁을 위한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를 위해 IT, 물류 및 공급망(SCM), 빅데이터&AI(인공지능), 해외마케팅과 브랜드 등 특정 분야의 전문가 영입은 기업 성장을 위한 필수 요인이 되고 있다. 통상 인재 영입은 시간과 고비용을 들인 기업의 전략자산으로 헤드헌팅, 직접 스카우트, 채용플랫폼 등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외부 인재들은 기존 공채출신과 다른 업무수행 방식과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유통기업 대부분은 공채출신 중심의 위계질서와 내부 인맥정치가 강해 외부 인재가 적응하기 어려운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특히 다면평가 시스템은 외부 경력직보다 기수 서열이 주어진 공채출신에게 유리하다.
경쟁과 견제는 승진이란 단일 목표하에서 더 치열하다. 심지어 외부 영입 인사들은 기존 구성원들로부터 단합된 견제를 받을 수도 있다. 만약 공채 선배인 조직 상사의 암묵적인 동조가 작동해 준다면 외부 영입 인재는 승진 경쟁자 군에서 탈락할 수 있다. 성과가 좋은 외부 영입 직원이 승진 탈락에 불만을 제기해도 인사 담당자나 임원들은 내부 조직의 안정이란 입장을 견지하며 명확한 조사나 답변에 인색하거나 부서 이동 권고로 종결할 가능성이 높다. 소위 조직 내 폐쇄적 조직문화가 자신들의 이익과 맞물려 작동하게 되고 이것이 굳어지는 것이다.
결국 외부 인재는 오랜 기간 승진에서 멀어지게 되고, 자신의 전문 능력을 활용할 수 없는 부서로 이동해야 한다. 그 결과는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략 자산으로 영입 인재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일순간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조직 내 소통과 혁신 부재로 연결되고 기업경쟁력 저하란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해결을 위해서는 최고 경영층의 감독과 관리가 선결되어야 한다. 이들의 공정한 인사관리가 모든 하부 조직까지 파급되고 평가 의사결정시스템에 녹아 들어야 한다. 돈과 시간을 들여 인재를 영입하고 관리하지 않는 것은 다양한 창의성과 다중협력 그리고 도전정신을 저해하는 것이다. 군대식 질서와 서열, 의전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특히 경영자는 외부 인재의 불만 제기에 대해 상담과 명확한 피드백을 통해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 또 외부 영입 인재에 대해서는 기획프로젝트에 대한 성과 기여도를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에 의한 객관적 평가가 필수적이다.
다면평가는 외부 전문 인력들이 일정 기간 조직에 익숙해질 때까지 유보하거나 평가점수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중용자산인 인재 관리는 경영자의 중요한 책임이자 권리다. 또 영입 인재들이 조직문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맞춤형 멘토링 프로그램과 커리어패스 설계 기반의 장기적 경력개발프로그램, 갈등 해소 및 고정처리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특히 외부 인재를 관리하는 부서장들의 소통 능력과 포용성의 가치를 높이는 리더십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내부 공채출신과 외부 유입 전문 인력 간 융합단결은 이제 인사관리 트렌드로 수용되고, 기업의 혁신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전략적 경쟁력으로 중시되어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전 유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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