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출 옥죄기·손피 거래 차단 영향
“손피 거래하면 세금 무한대로 오른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서울 분양권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그동안 서울 신축 선호 현상과 치열한 청약 경쟁률 등이 맞물려 분양권 거래 시장이 호조세를 보였으나, 정부가 지난달부터 양도가액 산정 방식을 바꾸면서 거래가 끊겼다. 전문가들은 보편화됐던 ‘손피’(손에 쥐는 프리미엄) 거래가 원천 차단되면서 분양 시장에 찬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지난달 8일을 기점으로 전매제한(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이 해제됐지만 시장에 풀린 분양권 매물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수자들은 전매제한 해제 직후 분양권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해 문의했지만 호가가 높은 데다 대출이 잘 안 나오고, 손피 거래까지 막혀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며 “수분양자들도 가격을 높게 받기 위해 매물을 거둬들이고 관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정부의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시행 후 11건의 분양권 손바뀜이 일어났다.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16일 12억2312만원(15층)에 매매됐다. 직거래로는 같은 평형이 11억5919만원(4층)에 거래돼 가격이 더 낮았다. 지난해 11월 공급된 이 단지는 당시 전용 84㎡ 기준 12억599만~14억4026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사실상 분양권에 웃돈이 붙지 않아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근 공인중개업계의 말은 달랐다.
서울 동대문구 B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한 달 새 10건의 분양권 거래가 체결됐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가족이나 지인 간 명의변경 거래이며 실질적인 수요자가 들어와 거래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정부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매수자가 양도세를 대납할 수 있는 ‘손피’ 거래까지 차단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 차이가 벌어져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든 데다, 분양권 시장에서 관행적으로 활용되던 손피 거래까지 차단돼 거래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손피 거래는 매수자가 차익의 66%에 해당하는 높은 세금(양도소득세, 지방소득세)을 대신 내주겠다는 뜻으로,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보편화된 거래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었던 손피 거래에 칼을 빼 들면서 앞으로 분양권 거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달 손피 거래에 대한 양도세 계산 방법 해석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손피 거래 매수자가 부담하는 양도세에 대해 최초 1회만 양도가액에 합산하도록 했는데 앞으로는 2차, 3차, 4차, 5차 등 한계까지 양도세를 모두 더해 양도가액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수자 입장에선 양도세 부담이 기존보다 2배 가까이 불어난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사실상 프리미엄을 붙여 분양권을 거래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메시지”라며 “합법적인 선에서 분양권을 거래하면 세금이 무한대로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신축이 귀한 서울에선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는 게 일반적인데, 양도세 산정 방식이 달라지면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아닌 이상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정부가 분양권 손피 거래에 양도세를 중과하면서 세 부담이 커져 차라리 인근 입주 5년 차 신축을 매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며 “서울 입주권·분양권 손피거래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도자 입장에서도 규제 지역이나 분양가 상한제 주택이 아니라면 입주 후 2년 경과 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해 손피 거래가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