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사람대신 AI가 한다” KIST, ‘무인실험실’ 핵심기술 개발

- 기존 시스템 대비 소재 개발 시간 5배 이상 단축


OCTOPUS 기대효과.[K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신소재 개발은 설계부터 상용화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접목하여 화학 실험을 자동으로 설계하고 수행하는 완전 자동화 무인 실험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무인 실험실은 전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도 365일 24시간 지속적으로 소재 개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기존 무인 실험실은 여전히 사람이 상주하며 실험을 관리해야 하고,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다양한 실험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실험의 효율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큰 제약으로 작용해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관영·한상수·김동훈 박사 연구팀이 소재 개발 분야에서 혁신적인 도약을 가져올 원격 제어 시스템 ‘OCTOPUS’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연구자가 실험실에 직접 가지 않고도 로봇을 활용해 화학 실험을 원격으로 설계하고 진행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신소재 개발의 속도와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OCTOPUS는 AI와 자동화 기술을 접목하여 연구자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실험을 시작할 수 있으며, 실험 장비들을 자동으로 관리함으로써 자원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사람이 상주하며 직접 관리하던 무인 실험실의 한계를 극복했다. 또한, 병렬 실험 수행이 가능한 스케줄링 기능을 통해 실험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예를 들어, 기존 선입선출 방식으로 13시간이 걸리던 화학 실험이 OCTOPUS의 병렬 스케줄링 덕분에 단 2시간 만에 완료될 수 있었다.

무인 연구실을 개발한 KIST 연구진.[KIST 제공]


OCTOPUS의 또 다른 강점은 실험 중 장비 간 충돌을 방지하는 안전 관리 기능과 최적화된 스케줄링을 통해 여러 연구자가 동시에 실험을 진행하더라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험실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복잡한 실험 절차를 더욱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한다. OCTOPUS는 전 세계 연구실 간 데이터 연결을 지원하여 하나의 실험실에서 진행된 데이터를 다른 연구실에서도 즉시 활용할 수 있다. 이로써 국내외 대학, 연구소, 기업 간 협력이 강화되고, 글로벌 소재 연구의 속도와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한상수 박사는 “OCTOPUS를 활용한 수도권과 지방 간의 협력 체제가 구축된다면 수도권 과밀화를 완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협력 연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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