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CCTV 장면. [선거관리위원회]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평소 국정원의 정보 보고보다 유튜브 내용을 더 신뢰했다”는 국가정보원 고위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지난 3일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가 극우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확산된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혹을 낳고 있다.
11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관계자는 “그분(대통령) 머릿속은 정보보고가 아닌 유튜브 뿐”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의 채널을 즐겨 보고 있으며, 일부 유튜버들과는 개인적으로 소통까지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는데, 국정원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파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내부에서는 극우 유튜버가 제작한 부정선거 관련 영상이 공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영상은 2022년 2월 3일, 구독자 19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시대정신연구소’가 ‘윤석열 집권플랜 나왔다. 부정선거 뿌리 뽑고 국회 해산된다’는 제목으로 게시한 것이다.
현재까지 조회수 15만회를 기록한 영상에는 “윤석열 후보는 26년 검사로서 특별한 촉을 갖고 있다”면서 “부정선거가 심해도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영상에서는 4·15 부정선거의 주범으로 권순일 전 대법관을 지목했는데, 권 전 대법관은 이번 계엄군 체포 명단 14인 중에 한 명에 포함됐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2020년 4·15 총선 때 중앙선관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발언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한다. 이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윤 대통령이 “대표님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애들 보내가지고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하고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당 대표로 있을 때 철저하게 배척해놨던 부정선거쟁이들이 후보 주변에 꼬이고 그래서 미친짓을 할 때마다 제가 막아 세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결국 이 미친놈들에게 물들어서, 아니 어떻게 보면 본인이 제일 부정선거에 미친 거죠”라고 지적했다.
또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서도 부정선거와 관련된 인식이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4일 경주 봉황대 연설에서 “부정선거를 획책하는 사람들은 이 나라에서 살 수 없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3월 6일 경기도 의정부 연설에서는 “투표관리는 상당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선관위가 썩으면 민주주의는 망한다”며 “지금 선관위가 정상적 선관위가 맞느냐”고 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동기를 규명하기 위한 작업 중이다. 전날에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상대로 선관위에 방첩사 요원을 투입한 경위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찰과 군 병력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에 대해 의혹을 갖고 있어,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