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시스템 엉터리…결과 신뢰할 수 있나”
野 비판하며 ‘중국’·‘중국인’·‘중국산’ 언급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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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예고에 없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담화 발표를 통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서겠다고 공언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담화 곳곳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강한 불신은 물론 적개심으로 비쳐질 정도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야당을 겨냥해 ‘광란의 칼춤’, ‘헌정질서 파괴 괴물’, ‘나라 망치는 반국가세력’, ‘국헌 문란 세력’이라는 등 원색적 비난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먼저 거대 야당이 지난 2년 반 동안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며 ‘대선 불복’으로 규정했다.
임기 초부터 현재까지 178회에 달하는 대통령 퇴진 및 탄핵집회가 이어졌다며 장관과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검사 등 자신들의 비위를 덮기 위한 ‘방탄 탄핵’으로 공직기강과 법질서 붕괴를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위헌적 특검법안을 27번 발의하는 등 정치선동 공세를 펼치는 동안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야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시도하고, 검찰과 경찰의 내년도 특경비·특활비 예산을 깎았다는 이유로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간첩 천국, 마약 소굴, 조폭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치려는 반국가세력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발표한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에서도 야당의 ‘예산 폭거’, ‘내란 획책’ 등을 거론한 뒤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선 경쟁상대이기도 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날선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며 “국가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와 야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범죄자가 스스로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는 셀프 방탄입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고 언급한 것 역시 이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에 대해 자신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선관위에 대한 강한 불신도 애써 감추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며 선관위의 보안 취약성을 거론했다.
북한이 작년 하반기 선관위를 비롯한 헌법기관과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해킹 공격을 한데 따라 국정원이 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했는데 선관위만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완강히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후 선관위가 채용 부정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국정원 점검을 수용했지만 일부 점검에만 응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당시 국정원 보고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면서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도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4·10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부정선거’ 의혹을 공식화한 셈이다.
김 전 장관도 앞서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에 대해 윤 대통령의 뜻이었다며 부정선거 의혹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보수진영 내에서도 일부 극우 유튜브를 중심으로 주장하고 있는 부정선거와 개표조작에 대한 의구심에 공감하면서 선관위 자체에 대한 반감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담화에서 수차례에 걸쳐 중국을 거론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야당이 외국인 간첩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간첩죄 조항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중국’과 ‘중국인’을 언급했다.
또 야당이 집권할 경우 ‘위헌적 법률’, ‘셀프 면죄부 법률’, ‘경제 폭망 법률’이 무차별로 통과될 것이라며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