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의도 276배 규모 벼 재배지 감축…시도별 면적 배정

내년 벼 재배면적 조정제 도입해 8만㏊ 감축
보급품종에 소비자 선호 반영…민간 신곡 쓰는 기업 자금지원 우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쌀 과잉 생산과 이에 따른 산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내년 여의도 276배 규모인 벼 재배면적 8만㏊(헥타르·1㏊는 1만㎡)를 감축키로 했다.

각 농가를 대상으로 생산량이 많은 벼 품종보다 고품질 품종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민간 신곡을 쓰는 기업에는 지금 지원 시 우대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2025∼2029년)’을 12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이후 열두 차례에 걸쳐 쌀을 사들였으나, 소비가 빠르게 줄면서 쌀 공급 과잉과 산지 쌀값 불안 문제는 되풀이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쌀 과잉 생산을 막기 위해서는 벼 재배면적 감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년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도별로 감축 면적을 배정하고, 농가에서 농지에 다른 작물을 심는 방식으로 벼 재배 면적을 줄이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벼 재배 면적을 감축한 농가에는 공공비축미 매입 등에서 인센티브(혜택)를 주고, 조정제에 참여하지 않은 농가는 공공비축미 매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을 올해 1865억원에서 내년 2천440억원으로 확대했다. 하계 조사료와 밀은 내년 지급단가를 각각 ㏊당 70만원, 50만원씩 인상한다.

농식품부는 이런 방식으로 내년 벼 재배면적을 8만㏊ 줄이기로 했다. 목표한 감축 면적은 올해 벼 재배면적(69만8천㏊)의 11%에 해당하고, 여의도(290㏊)의 276배와 맞먹는다.

재배 면적 감축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시도별 현장지원단을 운영하는 한편 위성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농가 간 감축 면적 거래 등의 방식을 발굴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생산자가 양을 늘리기보다 고품질 쌀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전문 단지를 내년 시도별로 한 곳씩 시범 운영하고, 2029년 두 곳씩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 보급종은 소비자 선호 품종 중심으로 개편한다. 맛과 향이 뛰어난 최우수 품종 약 15개를 새로 선정하고, 선호 품종 비율을 오는 2029년까지 90%로 확대한다. 다수확 품종은 오는 2027년부터 공공 비축, 정부 보급종에서 제외한다.

친환경 벼 재배면적은 2029년 6만8000㏊로 확대하고, 친환경 벼 공공비축미 매입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일반 벼를 생산하던 농가가 친환경 벼를 생산하는 경우 전량 매입(최대 15만톤)한다. 고품질 쌀 생산·유통을 위해 양곡표시제를 개편한다. 단백질 함량 표시를 의무 사항으로 변경하고, 쌀 등급 기준을 강화한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해서는 내년부터 전통주 주세 감면 구간을 확대하고, 지역 특산주 주원료 기준을 완화한다.

정부 양곡을 쓰던 식품기업이 민간 신곡을 쓰면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우대한다.

식품기업·미곡종합처리장(RPC)과 연계한 수출·가공용 생산단지를 시범적으로 구축하고 가공밥류 정부 양곡 공급은 단계적으로 제한한다.

이 밖에 쌀 가공식품 수출을 올해 10만t에서 2029년 18만t으로 늘리기 위해 주요 수출국에 홍보관을 신설하고 온라인 기업간거래(B2B) 판매관을 확대한다.

싱가포르 등 신규 시장을 중심으로 밥쌀용 쌀 수출을 확대하고 식량원조를 올해 11만t에서 내년 16만t으로 확대한다.

이 밖에 농식품부는 고품질 쌀 유통 RPC를 지정하고 생산부터 가공까지 이력을 관리하는 생산이력제를 시범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 RPC의 단일 품종·고품질 쌀 매입을 유도해 혼합미 비율을 지난해 42% 수준에서 오는 2029년 10%로 낮춘다.

RPC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회계 정보 공시, 경영계획서 제출 의무화 등을 추진하고 저가 판매 등 시장교란 행위를 제재한다.

정부는 쌀 적정생산을 위해 비료 저감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지역별로는 전략작물 이모작 모델 개발에 나선다.

또 외국인 수요가 높은 장립종 쌀에 대한 품종 개발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혈당 저감 기능성 품종 등을 활용한 헬스케어 식품 개발을 지원한다. 이 밖에 쌀가공식품 R&D 협의회를 운영하며 관련 R&D 수요를 발굴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남는 쌀을 정부가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의 수요를 생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양정 정책의 추진 방향은 변함없고, 그 흐름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법 개정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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