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떠난 렌터카 시장, 어피니티 진입…엑시트 지연에 ‘투자 안정성’ 방점? [투자 360]

SK렌터카·롯데렌탈 바이아웃 ‘2.4조’ 투입
성장성보다 금융회사로서 현금창출력 ‘매력’
락앤락·버거킹 등 소비재 포트폴리오 투자 장기화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SK에 이어 롯데까지 렌터카 사업에 속속 손을 떼고 있다. 경쟁적인 인수합병(M&A)으로 시장 대형화를 이끈 지 10여년 만이다.

SK와 롯데가 떠난 자리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가 진입한다. 렌터카 시장은 대기업 참여 이후 서비스 산업 이미지를 굳혔지만 내수 중심 사업 구조상 성장성보다 ‘안정성’이 부각된다. 어피니티는 일부 포트폴리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지연되면서 렌터카 사업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에 주목한 모습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가 렌터카 업체 인수에 투입할 자금은 2조3929억원으로 예상된다. 투자 대상은 SK렌터카의 지분 100%와 롯데렌탈의 경영권 지분 56%다. SK렌터카는 올 8월 SK네트웍스로부터 8200억원에 바이아웃을 완료했다. 롯데렌탈의 경우 최대주주인 호텔롯데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최종 거래액은 조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롯데와 SK는 렌터카의 지역 영세 산업 이미지를 지우고 시장 규모 확장에 기여해 왔다. 두 곳 모두 M&A로 렌터카 사업을 품었다 다시 그룹에서 내보냈다는 공통점도 가진다.

롯데는 2015년 KT로부터 KT렌탈을 1조100억원에 인수하며 롯데렌탈을 운영해 왔다. SK 역시 KT렌탈 인수전에 참여했다 고배를 마셨고 사업 확장 의지를 유지해 2018년 AJ렌터카 경영권 지분을 1625억원에 사들였다. 롯데는 10년도 안돼 렌터카 사업을 접고 SK의 경우 AJ렌터카 인수 이후 6년 만에 재매각에 나선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렌탈사업은 헬스케어나 반도체, IT 등으로 대표되는 고성장 산업은 아니므로 대기업들이 비주력사업으로 분류해 정리한 모습”이라며 “앞으로 모빌리티 산업의 성장 결실을 렌터카도 일부 공유할 수 있고 금융회사 성격이 강해 안정성과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 운영 효율화를 통해 밸류를 창출하는 PE 투자 전략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와 SK의 렌터카 업체를 동시에 사들인 어피니티 역시 KT렌탈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다. 이번에 단숨에 시장 1, 2위 렌터카 업체를 품는 만큼 운영 효율과 시너지 극대화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한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롯데와 SK가 운용 중인 렌터카를 단순 합산하면 45만1880대다. 인가대수 기준 시장 점유율은 롯데렌탈이 20.8%, SK렌터카가 15.7%로 합산 시 약 37%에 달한다. 뒤이어 현대캐피탈, 하나캐피탈 등이 약 20% 시장을 점유 중이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연간 현금창출력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3년 사이 연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롯데렌탈이 1조3000억원대, SK렌터카는 6000억원대를 나타낸다. 올 9월 말 양사 EBITDA를 단순 합산하면 1조5390억원에 달한다.

양대 렌터카 업체를 인수한 어피니티의 분위기 전환도 예상된다. 어피니티는 창업 멤버들이 떠나고 세대 교체가 이뤄진 가운데 주요 소비재 포트폴리오인 락앤락, 버거킹, 교보생명 등의 투자가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 SSG닷컴 엑시트를 마쳤으나 원금 회수하는 수준에서 투자가 마무리됐다. 렌터카 사업의 안정성을 통해 투자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되고 있다.

어피니티 관계자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는 오랫동안 분석해 왔다”라며 “SK렌터카 인수를 통해 가치 창출 전략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었고 여기서 공감을 얻어 롯데렌탈 인수를 위한 MOU 체결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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