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국가 경쟁력: 온실가스 감축 [시라이 사유리 - HIC]


세계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지난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진행을 억제하고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화석연료를 소비하며 산업화를 먼저 이루고 고소득 국가가 된 선진국과, 경제 성장을 통해 번영을 추구하지만 화석연료 사용 제한 압박을 받는 개발도상국 사이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동시에 디지털화와 데이터 센터 수요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 문제라는 새로운 글로벌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매년 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지만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큰 폭으로 감소하지 않았다. 미국, 유럽,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배출량이 줄고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 생산 시설을 설립한 영향도 있지만, 높은 경제 성장률, 빠른 인구 증가, 그리고 젊은 인구 구성이 주된 원인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앞으로도 해당 지역의 배출량 증가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파리협정에 합의한 국가들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2°C이하로 제한하고, 2100년까지 1.5°C 이내로 억제하는 내용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 이들 국가는 5년마다 목표를 갱신하여 제출해야 한다. 또한 다수의 국가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설정했다. 중국은 2060년, 인도는 2070년, 인도네시아는 COP29에서 목표를 10년 앞당겨 2050년으로 정했다. 그런데 코로나 19에 따른 경제 침체로 배출량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경제 회복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증가했다. 현재로서는 지속적인 감소로 전환되는 명확한 전환점이 보이지 않는다. 2025년 2월까지 각국은 2035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강화해 제출해야 하며, 이는 이후 5년 단위의 이정표가 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2030년과 2035년 목표를 달성할 지가 불확실하다. 때문에 각국 정부는 탄소 가격제 도입,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등 더 강력한 기후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기후행동 트래커(Climate Action Tracker)에 따르면, 추가적인 기후 행동이 없을 경우,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023년에 기록된 1.3°C에서 오는 2100년까지 2.7°C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과 소비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은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감축 과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들 국가가 석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감축을 달성하려면 혁신적인 전략과 과감한 정책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의 지구온난화 대책

선진국들은 고령화와 노동 인구 감소로 인해 잠재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는 전력 수요 감소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이 비교적 용이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일본의 경우, 1996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2011년부터는 총인구도 줄고 있다. 지금까지는 고령층과 주부 비정규직의 고용 증가가 노동 인구 감소를 어느 정도 상쇄하면서 경제 활동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75세 이상 고령층의 비중이 증가해 노동력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의 잠재 성장률을 더욱 낮출 전망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대규모 채용 가능성은 정치적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잠재 성장률은 현재 약 0.6%에서 점점 0%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인구 구조 변화로 처음에는 전력 수요가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였으나 이 전망은 이제 재검토되고 있다.

디지털화가 이끄는 전력 수요 급증

전력 수요 증가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며, 선진국들에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의 확산,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국경 간 거래와 데이터 흐름 증가가 주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데이터 센터, 전력망, 해저 케이블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의 증가로 인해 반도체와 관련 산업의 입지를 다각화하려는 움직임도 전력 소비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제조업, 운송, 난방의 전기화 및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일환으로 열펌프 도입이 확산되는 것 역시 전력 수요 상승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처럼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주요 기술 기업들이 집중된 국가들에서는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탄소 전력 공급이 증가하지 않으면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주요 미국 기술 기업들은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 가능 에너지와 저탄소 에너지를 조달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재생 가능 에너지 및 저탄소 에너지를 발전소에서 직접 조달하는 방식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화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와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을 균형 있게 맞추는 것이 세계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다. 저탄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국가들은 더 많은 데이터 센터 투자를 유치해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트럼프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정책을 철회하더라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고, 국유지에서 석유와 가스 추출 및 수출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을 발행할 예정이다. 기후행동 트래커는 이러한 정책이 미국 내에서만 적용될 경우, 기존 2.7°C 기온 상승 예상에 0.04°C를 추가로 초래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화석 연료를 선호하는 정책 환경에서도 대기업들은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지속 가능성 표준 위원회(ISSB)와 유럽연합의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ESRS)과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기후 관련 정보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책임의 증가는 디지털화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 관행을 일치시켜 지구온난화를 완화해야 할 시급함을 강조한다.

아시아의 석탄 의존 해결

아시아에서는 석탄 화력발전이 여전히 큰 도전 과제이다. 일본은 석탄 화력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하는 ‘페이즈아웃(phase-out)’전략 대신, 비효율적인 석탄 발전소를 점진적으로 폐쇄하는 ‘페이드아웃(fade-out)’ 전략을 채택했다. 페이즈아웃은 특정 날짜, 예를 들어 2035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지만, 일본은 고효율 석탄 발전소를 유지하면서 비효율적인 석탄 발전소를 점진적으로 폐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소들은 암모니아 혼소(co-firing)와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통해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 생산된 그린 암모니아의 배출량은 화석 연료로 생산된 브라운 암모니아와 크게 차이가 나며, 갈색 암모니아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비용과 기술적 실현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저탄소 전력을 공급하는 능력, 특히 배출이 감소된 석탄 화력발전에서 나오는 전력을 공급하는 능력은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탄소 전력은 중공업의 탈탄소화를 지원하여 배출 강도를 낮추는 동시에, 인공지능, 반도체, 일본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이니셔티브와 같은 분야의 성장을 촉진한다. 외국 기업들, 특히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일본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전력구매계약(PPA)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과 같은 국가들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아시아 전역에서 탈탄소화를 추진하려면 배출 저감 기술에 대한 더 깊은 역내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협력은 이 지역의 고유한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경제적 번영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