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본영 UNIST 박사 [사진=UNIST] |
[헤럴드경제(울산)=임순태 기자]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은 채로 충전하는 시대가 가까워졌다. 벽, 바닥, 공중 등 3차원 공간 어디서든 전자기기를 무선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변영재 교수팀은 3차원 공간 어디에서든 충전이 가능한 전기공진 방식의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기장이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하는 특성에 착안해 전기공진 방식의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개발했다. 무선 충전이더라도 정해진 위치에 놓아야만 충전할 수 있었던 기존 자기공명 방식의 한계를 넘어선 기술이다.
자기공명 방식은 자기장의 스스로 돌아오려는 성질 때문에 송수신기 위치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충전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가로, 세로, 높이가 최대 2m인 공간 안에서 46%의 무선 전력 전송 효율을 보였다. 앞서 2007년 미국 MIT 연구진은 ‘자기공진방식’을 통해 최대 2m 떨어진 거리에서 40%의 전송 효율을 달성한 바 있다.
변영재 교수는 “MIT 연구진이 자기공진 방식으로 중거리 충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기술은 이에서 진화해 3차원 공간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하도록 한 혁신”이라며 “스마트 공장의 물류 로봇, 자동화 시스템에 무선 충전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수신기가 전기장 안에서 자유롭게 충전될 수 있도록 송수신기의 물리적 구조를 개선하고, ‘오픈 바이 필러 코일(Open bifilar coil)’ 구조를 적용해 이런 전력전송 방식을 구현했다.
전통적인 코일 구조를 오픈 바이 필러 코일 구조로 대체함으로써 전기공진을 최적화해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무선 전력 전송이 가능하다. 이 충전 방식은 여러 대의 전자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도 있다.
실험을 통해 여러 개 수신기를 한 공간에 배치해도 동일한 효율로 전력을 전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기술적 성과를 넘어 전자기력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 점에서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1 저자인 이본영 UNIST 박사는 “ERWPT 시스템은 기술적 성과를 넘어, 전자기력을 활용한 새로운 에너지 전송 방식을 제시하고, 전자기력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SB솔루션 민형기 연구소장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11월 21일 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