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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퇴직연금의 투자처로 펀드·채권·예금 외에 보장성 보험을 추가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현 퇴직연금 체제에서 돈을 부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은 적금과 유사한 ‘저축성 보험’ 뿐이다. 노령기가 길면 치료, 요양, 돌봄 등의 지출 수요가 치솟는데, 이런 ‘장수 리스크’를 보장성 보험으로 줄이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험연구원의 강성호 고령화연구센터장과 이소양·임석희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실제 노인들이 보장성 보험이 필요해도 유동성(자금)이 부족해 보험을 유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보고서를 보면 의료·요양 부담은 65세를 전후해 급등한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494만원으로 전체 평균(200만원)의 2.5 배에 달하고, 수명이 늘면서 치매 등 위험이 커져 요양 비용이 치솟을 전망이다.
또 고령화로 자산 상실이나 가족 생활고 등의 위험도 불어나, 이런 소득 리스크에 대비한 보험도 수요가 크다.
연구진은 호주·미국·일본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 국가들은 다들 의료, 종신, 상해 등 여러 보장성 보험을 퇴직연금 운용방식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현 퇴직급여법은 퇴직연금을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제도로 좁게 봐 보장성 보험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자산을 보장성 보험 가입에도 활용해, 노후 관련한 보험의 중도 해지를 줄이고 초고령 사회 대책의 사각지대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현 퇴직연금은 투자처가 원금보장상품으로 쏠려 수익률이 2%대로 너무 낮고 은퇴 준비 효과가 작아, 운용방식 다변화와 기금형 연금제 도입 등 개선안 논의가 활발하다.
연구진은 이와 관련해 “수익률 이슈는 연금의 중도 인출·해지로 적립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잦고 우리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맞물려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도 “보장성 보험은 투자수익률 외에도 보험 가입에 따른 심리적 안정성 등 후생 개선 효과가 있는 만큼 이를 연금에 편입하는 전략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보장성 보험 도입이 중도 인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봤다.
예컨대 2022년 퇴직연금의 중도인출액 1조7천429억원 중 ‘장기 요양’(6개월 이상의 요양) 사유로 인한 인출은 772억원(4.4%)으로 집계됐다.
요양 보험을 연금에 편입하면 이렇게 돈을 빼는 사례가 줄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금투업계에서는 보장성 보험의 편입 추진이 업종 간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퇴직연금 상품의 취급 주체가 보험사, 은행, 증권사로 다양하기 때문에 보장성 보험을 누가 다룰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은 명확하지만, 보장성 보험이 편입된 연금 상품을 보험사만 취급하겠다고 하면, 은행·증권사 측에서 대거 반대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