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베클리 신전, 대홍수 후 신에게 의탁하려고 지어”

강인욱 경희대 교수 튀르키예 동북부 답사
1만2천년전 신전 괴베클리테페 분석


괴베클리테페를 다녀온 강인욱 교수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만2500년전에 튀르키예의 동남쪽에서 등장한 괴베클리 유적은 세계의 고고학자들을 경악시킨 문명입니다. 21세기 세계 고고학 최대의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경의 노아처럼 빙하기 직후 ‘대홍수’를 겪은 인류가 신에 의탁하려했던 마음이 느껴집니다.”

해발 700m 구릉지 꼭대기에 있는 괴베클리테페 일대 선사유적지 여러 곳을 최근 탐사한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에 이같은 내용의 ‘튀르키예에서 쓰여지는 새로운 문명의 역사’라는 글을 보내왔다.

빙하기가 끝나는 시점인 약 2만 년 전부터 수 천년 간 얼음으로 덮여 있던 들판 곳곳은 범람하기 시작했다. 노아의 방주에 나오는 ‘대홍수의 시대’로 추정된다. 사람들은 범람을 피해 언덕 위로 몰려들었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 혼돈의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고 질서를 세우면서 공동의 기념물을 만든 것이 바로 괴베클리 신전의 시작이다.

구약 창세기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도시 ‘하란’은 지금의 샨르우르파이다. 이곳 고고학박물관에 있는 ‘사람이 괴물을 업고 있는 듯한 조각상’을 두고 지구촌 학자들이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 강 교수가 ‘정령의 힘을 빌어 접신을 하려는 모습’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괴베클리의 사람들은 돌을 매우 잘 활용했다. 4m가 넘는 거대한 돌을 만들어 세우고, 그릇마저 돌을 갈아서 만드는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참고로 동아시아는 1만5000년 전 부터 세계 어느곳보다 빠르게 토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그리고 곳곳에 암각화를 새기고 그 앞에서 제사를 지냈다.

강인욱 경희대 교수


대홍수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구석기시대의 사람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언덕 위에서 수백명이 함께 살아야했다. 그들의 뜻을 모으고 함께 제사를 지내면서 사회를 만들어가야 했던 것이다.

거대한 변혁의 물결이 다가오는 21세기의 우리에게도 또 다른 괴베클리테페 문명같은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대홍수의 기후 변화를 극복하면서 협력하여 만들어낸 문명의 흔적에서 지금의 희망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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