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악화 전망, 나아질 기미 없어
“세제완화 등 내수부양 대책 시급”
불황 속 정국 불안 여파로 자영업계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15일 서울 종로 상점가 모습 [연합] |
“내년 경영계획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참담하다(수도권의 한 중소 제조기업 대표).”
경기 악화에 유례없는 환율 압박, 탄핵 국면으로 소비심리까지 꽁꽁 얼어붙었다. 중소기업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단 절망감이 가득하다. 습관처럼 언급됐던 ‘줄폐업 위기’란 경고가, 이젠 정말 경고가 아닌 지경에 이르렀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취소했던 송년회 재개하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지만, 일선 현장은 송년회 회복 정도로 타개될 문제가 아니란 기류가 역력하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까지 잡으며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미래는 극한의 위기에 직면했다.
16일 중기·소상공인 업계에 따르면 ‘바닥경제’의 앞날은 한없이 불투명하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향후 이어질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내수소비로 지탱하는 바닥경제가 받는 타격은 훨씬 크다.
당장 소상공인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1년 중 가장 기대감에 부풀 연말연초가 특수는커녕, 존폐기로의 시기가 됐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매일 수십, 수백통씩 연합회로 전화가 온다. 힘들다를 넘어 망하게 생겼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소공연 조사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매출이 50% 이상 감소한 소상공인이 10명 중 4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냥 고객이 감소한 정도가 아니다. 37.7%는 아예 반토막(50% 이상 감소) 났다고 밝혔다.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 대표는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식자재 주문을 늘렸는데 이게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계도 유례없는 불황 국면에 돌입했다. 악재는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정정불안, 환율급등, 국가 신용등급 하락 우려, 내수 부진, 정부 예산 집행 난항, 국내외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A제조기업 대표는 “지난달 평균 139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143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며 “주변에선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으면 환차익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며 부러워하지만,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 일각에선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를 것이라 하니 내년 경영계획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B기업 대표도 “가장 무서운 게 불확실성”이라며 “이미 내년 사업계획을 마무리했어야 할 시점이지만, 지금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새해가 오는 게 두렵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회복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류필선 소공연 전문위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정치권의 노력과 함께 소상공인 사업장 소비에 관한 소득공제율 확대, 세제 완화 등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특단의 경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중기·소상공인 정책 주무부서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심각성을 감안, 이날 본부 간부와 지방중소기업청장을 전원 소집해 ‘민생경제 상황 점검·대응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했다. 중기부는 지난 11일 ‘민생경제 상황 점검·대응 TF’ 1차 회의를 가동해 소상공인,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 등 업계 전반의 애로를 신속 파악, 대응키로 한 바 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회의에서 “현장 최일선에 있는 지방청이 중심이 돼 지역상인회 등 협·단체와 긴밀히 소통해 소상공인 애로를 수렴하고, 수출지원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중소·벤처기업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 근간인 중소·벤처기업에게 미치는 충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책무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