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부터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대중문화계도 불똥 튈까 발만 동동
한시름 놓았지만 양극화 뚜렷해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가결되자 대중문화계도 한시름 놓았다. 말 한 마디도 조심스러웠던 엔터업계도, 관객들의 발길이 끊어질까 전전긍긍했던 공연계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십 여일 간 이어진 살얼음판은 지나왔다는 반응이다. 다만 장기간 이어질 탄핵정국에 예년과 같은 연말 특수를 모두가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16일 엔터계와 공연계 등 에 따르면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업계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연말 특수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간 업계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았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는 사진 한 장, 말 한 마디에도 정치적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주 간 일부 가수와 배우들이 계엄 사태 후폭풍을 맞았다. 가수 임영웅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1차 표결이 열리던 지난 7일 반려견의 생일 축하 사진을 올려 한 누리꾼과 설전을 벌였다. “이 시국에 뭐하냐”는 누리꾼의 DM(다이렉트 메시지)에 “뭐요.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답한 내용의 답변이 공개돼 뭇매를 맞았다.
비슷한 시기 차은우는 화보 사진, 데이식스 도운은 군복을 입고 드럼 연주 연상을 올렸다가 비난과 오해를 받았다. 최근 아이유 뉴진스 등 탄핵 집회 참가자들을 ‘선결제’로 응원한 가수들에 대해서도 정치적 해석이 더해져 극우, 보수 입장의 누리꾼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탄핵 집회 참가가 지지 입장을 밝히는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말 한 마디나 사진 한 장이 오해를 불러오는 시기인 만큼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었다”며 “시대가 달라져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례도 많아졌지만 광고와 이미지를 우려해 여전히 침묵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는데, 탄핵소추안 가결로 분노 상황이 다소 잦아들어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뮤지컬, 연극, 클래식 등 공연계는 예년 같으면 ‘연말 특수’가 이어질 때이나 지난 열흘 간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연을 이어가다 보니 내내 전전긍긍했다. 사실 공연계는 감염병, 국가적 재난과 위기가 닥칠 때마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종으로 꼽힌다. 위기 상황에선 소비자심리지수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자코 반 도마엘 자코 반 도마엘 감독과 미셸 안느 드 메이의 총체극 ‘콜드 블러드’ [Julien Lambert 제공] |
난세일수록 공연계의 빈익빈부익부가 두드러진다. 대작 뮤지컬,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간판 클래식 공연은 전일전석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별다른 타격이 없는 반면, 일부는 공연 위주로 영향을 받았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할 수 없었던 내한공연 중에 관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사례도 있었다.
탄핵 표결을 앞둔 지난 13일 한국을 찾은 한 공연의 관계자는 “계엄 선포 이후, 탄핵 표결을 앞두고 엄혹한 상황에서 이어진 내한공연이어서인지 예매 관객들이 예정대로 공연을 하냐는 문의도 많았고 취소표도 제법 나왔다”며 안타까워했다.
‘눈치보기’도 이어졌다. 공연은 종사자의 입장에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생업이 달려있는 분야이나, 수요자의 시각엔 ‘문화생활’로 여겨지는 탓에 국가적 위기 상황에선 공연을 이어가고 관람하는 것도 편치 않은 상황이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공연은 이 안에 속한 사람들의 생업이기에 위기 상황에서도 멈출 수는 없다”며 “하지만 세월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 메르스, 코로나와 같은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홍보 활동에도 영향을 받는 것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비상계엄 상황보다는 마음이 놓였다는 반응이 많다. 물론 여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한 탄핵 정국이 ‘연말 성수기’를 덮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연계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큰 위기 상황은 지나가 한결 마음이 놓이긴 했지만 공연의 입소문이나 홍보를 기대하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말 스테디셀러와 대작 공연은 이미 매진이라 폐막까지 걱정이 없겠지만, 홍보가 필요한 시점에 홍보를 할 수 없는 공연이나 유명 스타가 나오지 않는 중소극장 공연의 경우 연말 특수를 비켜가는 등 업계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