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정국 속 2025 산업전망] 안개 낀 반도체, 먹구름 몰려온 석화·이차전지…조선업만 볕 든다

한기평 보고서…주요 업종 내년 사업환경 살펴보니

트럼프 2기 출범·수출 둔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이차전지·석화, 공급과잉에 고전…車 수출 감소할 듯

메모리 반도체, 경쟁 심화에도 고부가 제품으로 버텨

수주 호황 맞은 조선업…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수요

 

여수공장 용성단지 전경.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LG화학]

[헤럴드경제=고은결·박혜원 기자] 내달 트럼프 2기 출범, 탄핵 정국 등 대내외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 국내 산업계는 석유화학, 이차전지, 건설 등 다수 업종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조선업은 수익성이 좋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친환경 선박 교체 발주 등으로 호황을 이어갈 전망이다.

16일 한국기업평가가 최근 발간한 ‘대외요인 변화에 따른 영향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총 21개 업종 중 건설·석유화학·이차전지 등 9개 업종의 내년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소매유통·메모리 반도체·항공 등 11개 업종은 중립일 것으로 전망됐다. 유일하게 조선업만 우호적인 사업환경일 것으로 관측됐다.

수출 증가세 둔화·부동산 경기 침체…車·건설·석화 등 타격

내년에는 트럼프 2기 정책 시행 영향, 미중 통상 갈등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등 부정적 사업환경 요인이 수두룩하다. 그간 한국 경제의 대들보였던 주요 업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차전지 업종은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과 중국 기업들의 과잉 생산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주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셀 탑재량이 적은 하이브리드(HEV) 중심으로 전동화 전략을 변경하는 점도 전방 수요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경쟁업체들의 시장 진출 시도에 따른 경쟁 심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등이 불확실성 요소로 꼽힌다. 강용묵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전기차 업계는 얼리어답터들의 구매가 거의 끝나가고, 충전 시스템이 기존 화석연료 엔진에 비해 불편한 점이 있어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중국의 자급률 확대에 따른 수출 경쟁 심화, 수요 약세 등에 따른 공급과잉 지속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석화산업의 쌀’로 불리는 원료물질인 올레핀 제품도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중 무역 분쟁 재점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수요 기반의 뚜렷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화학이나 철강 분야는 중국 경기가 좋지 않으니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라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니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업은 수도권과 지방 간, 주택 유형 간 양극화가 심화되며 분양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 하반이 2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신규 착공 물량 감소에 따른 공급부족 등은 부동산 수요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 또한 경기 부양책 발표에도 불구,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중국 철강 수요 역성장이 이어지며 초과 생산물량 수출에 따른 역내 공급과잉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수요 정체, 해외 생산 확대에 따른 수출 대체 효과 등으로 수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폐지, 기업평균연비규제(CAFE) 완화 등 친환경 정책 후퇴와 보편 관세 부과 등이 사업환경에 부정적일 것으로 꼽힌다. 이밖에 시멘트 레미콘 시장은 착공면적 회복 지연과 전반적인 경기 침체 영향으로 내년에도 출하량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는 전방 세트 업체들의 수요 회복세가 주춤하며,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침투율 상승세 둔화와 IT용 액정표시장치(LCD) 경쟁 심화 등이 겹쳐 수익성 개선이 제한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정유업 주춤…조선업은 훨훨

경제산업계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와중에도 메모리 반도체, 소매유통, 정유 등 업종의 사업환경은 중립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고부가 인공지능(AI) 메모리와 범용제품 간 수급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채산성 높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이익창출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IT 수요 부진, 업체 간 공급 경쟁 확대 등은 수급 및 채산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정유업은 두바이유 가격이 하향안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정제마진 회복세에 힘입어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은 여객·화물 수요 성장과 공급 제약요인을 고려하면 종합적으로 양호한 실적이 관측된다. 기계방산은 글로벌 방위비 확장 추세와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며 재무안정성 개선 여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HD현대중공업 제공]

이밖에 호텔은 인천공항 확장에 따른 고객 증가,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으로 수익성 회복이 기대된다. 소매유통업은 물가상승 둔화 및 기준금리 인하로 내부소비 회복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류 시장은 내수 회복이 지연으로 패션 업체들 실적 반등은 늦어질 전망이다.제약업종은 인구 고령화 및 만성질환자 증가 추세에 해외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는 측면이 긍정적이다.

통신업은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등 비통신사업 성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5G, IPTV, 인터넷 가입자가 줄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지진 않을 전망이다. 민자발전은 전력 수요, 설비 증가 속도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전력 수급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일하게 긍정적인 사업환경이 기대되는 업종은 10여년 만에 호황을 맞은 조선업이다. 국내 조선소들은 LNG선 등 수익성이 좋은 시장에서 선전하며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팬데믹 기간 초과이익으로 선주들이 충분한 재무여력을 갖춰, 고효율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발주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평은 “2021년부터 상승해온 신조선가는 현재 2007~2008년 호황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조선업체들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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