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황희찬·정일우·주진형·존리
유명인 사칭 게시물 79% SNS 집중
개인정보 금전 요구 2차 범죄 이어져
‘사칭 계정 개설’만으로 처벌 목소리
기업인을 사칭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이 무분별하게 개설되면서 관련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사칭 SNS 이미지 [챗 GPT 활용 제작] |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스타는 물론 기업인을 사칭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이 무분별하게 개설되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무분별한 사칭 계정 개설 행위와 관련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찰청은 성 김 현대자동차그룹 고문역을 사칭하는 다수의 SNS 계정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개인 사진과 프로필을 버젓이 게재한 김 고문의 사칭 계정은 페이스북에만 14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계정은 자기소개에 ‘Official Account(공식 계정)’라고 적는 등 허위 사실 적시도 서슴지 않았다.
사칭 계정 활동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커지면서 페이스북 본사가 들어선 미국 내 수사기관에도 같은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고문을 사칭한 한 계정은 현대차 관계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개인 정보 등을 캐내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15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글로벌 경제안보 위기 대응을 이유로 대외협력·정세분석·PR 등을 관할하는 그룹 싱크탱크의 수장(사장)으로 김 고문을 임명한 바 있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다.
한 온라인 사칭 게시물 전문 탐지 업체에 따르면 유명인 사칭 게시물 가운데 약 79%가 SNS 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사칭한 SNS 계정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해당 계정은 ‘팬 페이지’라고 뒤에 표기는 했지만, ‘부산 어묵집 방문이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 많은 분께 감사할 따름’ 등의 게시물을 올리는 등 이 회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착각하게 할 만한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 네티즌들도 이 회장으로 착각하고 댓글을 달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등 해당 사칭 계정은 한 때 45만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위 논란이 확산되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자 돌연 자취를 감췄다.
이외에도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나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사칭해 불법 투자를 유도하거나, 유재석 씨 등 유명 방송인을 사칭해 다이어트약 구매를 권하던 SNS 사칭 계정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례도 있다. 축구 국가대표인 황희찬 선수를 사칭한 계정은 여성 팬에게 사적 메시지를 보냈다가 선수 본인으로부터 공개 경고를 받기도 했다.
특히 유명인의 사칭 계정이 개인 정보나 금전을 요구하고, 실제 피해로 이어지는 등 피싱 범죄 피해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배우 정일우 소속사 제이원 인터내셔널 컴퍼니는 지난 13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최근 정일우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례가 국내외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SNS를 통한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을 경우 이를 확인하지 마시고 즉시 삭제하길 권장한다”고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7월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사칭한 SNS 계정이 한국인 여성에게 접근해 7000만원을 갈취했고,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의 사칭 계정에 세 차례에 걸쳐 총 1억9000만원을 송금한 50대 여성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는 등 이른바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피해도 끊이질 않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의하면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 아울러 만일 사칭 계정으로 거짓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는 한층 높아진다.
법조계 등 일각에서는 “사칭 SNS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만큼 ‘사칭 계정 개설’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서비스 제공 플랫폼 등 SNS 운영 업체가 타인 사칭 계정을 발견하거나 신고 등으로 도용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 즉시 계정을 정지 또는 삭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타인 사칭 계정을 개설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6월 국회에 발의돼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 주요 국가는 이미 타인을 속이거나 본인이 이득을 취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온라인상에서 다른 사람을 사칭하는 경우에도 처벌을 가능토록 하는 법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온라인 상에서의 사칭은 피해자의 인격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일뿐만 아니라 피싱 등 연관 범죄로 이어져 커다란 사회적 피해를 야기한다”며 “온라인 사칭 계정 개설을 금지하고, 사칭 계정을 활용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등 관련 법 규정의 조속한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서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