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성탄 메시지 채운 ‘탄핵’…“민주주의·평화 염원”

NCCK “계엄 공포 경험…민주주의 지켜지길”
한교총 역시 “국난 속히 수습해야 해”
천주교도 “헌법적 절차 따라 국민 행복 노력해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성탄과 연말을 앞두고 나온 종교계의 메시지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핵심 주제로 등장했다. 교계는 한목소리로 탄핵 절차의 조속한 진행을 촉구하는 한편,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6일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정치적 큰 혼란과 갈등 속에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수많은 희생으로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가 느닷없는 비상계엄으로 한순간에 위태로워지는 공포를 경험했다”며 “시민들은 온몸으로 국회를 지키며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반헌법적 계엄의 해제와 대통령의 탄핵을 외쳤다.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다행스럽게 계엄령은 해제됐고, 탄핵소추안이 어렵게 가결돼 이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민주주의”가 지켜지고, 국민들의 놀란 마음이 위로받고, 아직도 국가 폭력의 역사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이 치유되기를 기원했다.

또한 땅에는 평화 대신 갈등과 반목, 배제와 혐오가 가득하고, 세계는 인간의 소유욕과 편의에 따른 개발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평화는 배타주의와 양극화로 인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고, 하늘과 땅, 인간과 자연, 진보와 보수가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하지만, 그 길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는 것이다.

NCCK는 “연약한 어린이 앞에 서면 우리는 탐욕으로 인해 잃어버린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며 “어린이의 해맑은 웃음과 행복으로 성탄과 새해를 맞이하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총연합(UCCK)는 이날 성탄 메시지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며 국난 상황의 조속한 수습을 촉구했다.

UCCK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평화를 사모하는 금년 한 해였다”며 “국제적으로는 러-우, 이-팔 전쟁이 계속되며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정치권의 치열한 대립으로 12·3 비상계엄과 12·14 대통령 탄핵안 결의를 지켜봐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정치에서 단순하게 현재 드러난 상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배태된 결과라고 진단한 뒤 “정치 지도자들이 이념을 자기 정치에 이용하고, 다른 정당을 적대시하고 악마화하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구현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의 국난을 가져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서로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극한 대립은 결국 국민을 분열시키고, 극한 갈등을 유발하여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UCCK는 “이제 국난을 수습하는 권한을 가진 이들은 법과 절차에 따라 현재의 불안 상황을 속히 수습하기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 자유 대한민국의 일상이 하루빨리 회복되도록 속도와 절제의 지도력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교회에는 “국난의 시기에 좌고우면해 흔들리지 말고 말과 행동의 절제를 통해 덕을 세우는 데 힘써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UCCK는 “모두가 정치적 문제에 집중할 때 생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과 병실과 거리에서 외로움에 울고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 주자.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군인과 경찰관들을 격려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자”고 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16일 ‘2024년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대주교)은 “올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혼란과 갈등 속에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갑작스러운 정치적 불안정 속에 들려오는 불안과 분열의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마음을 무겁게 한다. 선한 양심을 지닌 많은 이들이 정의와 진리를 갈망하며 목소리를 내지만 그 외침이 외면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성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진정 우리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따뜻한 인간됨’이다. 불안한 마음, 서로 다른 시각들, 서로 다른 해결책들 사이의 대립 가운데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임을 성탄은 말해 준다”고 밝혔다.

정 교구장은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면서 권력이 공간을 독점하는 것보다 인간이 서로 보듬어 나가며 성장을 위해 새롭게 시작해 나가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참된 평화는 단순히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와 사랑이 실현될 때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여러 혼란스럽고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민주적 절차와 헌법적 절차에 따라 국민 전체의 행복과 공동선을 향해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사회가 비록 두려움과 불안 속에 빠져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정의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는 정의와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할 소명이 있다며 모든 사람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 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정 교구장은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새벽은 반드시 찾아온다”며 “지금 우리가 마주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따뜻한 체온을 서로 느끼는 공동체가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 마음속에 따뜻한 인간성으로 빛나는 참된 평화와 희망이 차오르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정국 안정을 기원하는 종교계의 행사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날부터 21일까지 ‘국가 안정과 국민 대통합을 위한 총동원 특별 새벽기도회’를 연다. 또 28일부터는 탄핵 심판이 끝날 때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기도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우리나라가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혼돈에 휩싸여 있다”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일지라도 절대로 희망을 버리지 말고, 그 어두움 너머에 있는 새로운 태양과 같은 희망의 새날을 기대하며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지난주 ‘대한민국의 올바른 정의와 평화를 위한 시국미사’를, 대구대교구는 ‘시국 안정과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십자가의 길과 미사’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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