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소부장株 강세…美 훈풍 호재로
19일 ‘메모리 풍향계’ 美 마이크론 실적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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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비상계엄 사태’와 뒤이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란 정치적 급변 속에서도 국내 증시 대표 섹터 ‘K-반도체’는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주요 산업군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면서다.
국내 주요 반도체주는 인공지능(AI)·반도체 랠리와 더불어 상승세를 보였던 상반기를 지나 ‘검은 월요일(Black Monday)’로 불리는 증시 대폭락장 이후 불거진 ‘AI 거품론’과 중국발(發) 반값 공세에 따른 범용 메모리 반도체 ‘겨울론’에 하반기 주가 조정세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연말 맞이한 반등 모멘텀을 내년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총 29개 ‘KRX 산업지수’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이후 첫 거래일이던 지난 4일부터 전날 종가까지 ‘KRX 반도체’ 지수가 5.76%로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플러스(+)’ 등락률을 기록한 지수는 ‘KRX 반도체’를 포함해 정보기술(IT),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 7개에 불과했다. 자동차, 에너지화학, 산업재, 철강, 건설, 금융, 유틸리티 등 국내 주요 산업군을 대표하는 종목들로 구성된 22개 지수는 ‘마이너스(-)’ 비상계엄 발(發) 정치·경제적 변동성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아 ‘마이너스(-)’ 등락률을 면치 못했다.
이 기간 2500.10포인트(4일 기준가)로 25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 지수도 9일 장중 2360.18포인트까지 급락한 뒤 회복세를 보인 끝에 전날 종가 기준 2488.97포인트까지 회복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등락률은 -0.45%다.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1.12%(690.80→698.53포인트)로 비교적 빠른 속도의 회복력을 보였다.
‘KRX 반도체’ 지수 내 구체적인 종목들의 주가 향방을 살펴봤을 때도 국내 시총 1,2위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각각 3.73%(5만3600→5만5600원), 8.73%(16만4900→17만9300원)씩 올랐다.
두 종목의 주가는 정치적 변동성 리스크가 극대화됐던 시기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기관 투자자의 매수세가 이끌었다. 이 기간 기관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6840억원, 2245억원씩 순매수했다. 기관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종목 1,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종목 1위도 SK하이닉스(2853억원)였다. 반면, 삼성전자에 대해선 9103억원어치나 순매도하며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개인 투자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를 각각 5003억원, 3519억원씩 순매도하면서 ‘차익실현’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국내 양대 반도체주 주가 강세의 밑바탕에는 미국발 훈풍도 있었다. 그 중심에는 지난 4분기 매출 급증 발표에 이어 빅테크(대형 기술주)와 AI용 반도체 개발 소식 등을 전하며 ‘대장주’ 엔비디아의 아성을 위협하는 기업으로 급부상한 브로드컴의 주가 급등세가 자리 잡았다. 브로드컴의 주가는 지난 3일(현지시간, 168.15달러) 종가 대비 16일(현지시간, 250.00달러) 종가까지 무려 48.68%나 급등했다.
이 기간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26% 상승했고, 국내 반도체주에도 긍정적 재료로 활용됐다.
비상계엄 사태 국면에서 주가 상승세가 눈에 띈 부문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다. 한미반도체(11.88%), 리노공업(12.27%), HPSP(0.19%), 이오테크닉스(4.08%), 주성엔지니어링(6.61%), ISC(29.75%) 등 시총 상위 소부장주의 주가 상승세도 뚜렷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中 CXMT과 과열 경쟁 ▷메모리 반도체의 설비투자(CAPEX) 하향 조정 우려 등 반도체 섹터 내 각종 우려로 인해 주가가 역사적 최저점 수준의 밸류에이션까지 급락했다”면서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만한 추가 악재가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 데다, 2025년 2분기부터는 반도체 소재·부품 업종의 실적 회복이 시작되고 장비 업체들의 수주 금액 증가 기대감도 높아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평가를 근거로 긴 호흡에서 비중을 확대하는 등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반도체 생산 현장 [헤럴드경제DB] |
한편, 투자자들의 눈은 19일(현지시간)로 다가온 미 메모리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2025회계연도 1분기(2024년 9~11월) 실적발표로 향한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대형 메모리 반도체 회사 중 실적을 가장 먼저 내놓는 만큼 업계 상황과 향후 흐름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풍향계’로 불린다.
앞서 마이크론은 2024회계연도 4분기(2024년 6~8월) 매출 77억5000만달러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바 있다. 전년 동기 대비 93%나 늘어난 수준이다. 이번 분기에도 AI용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호조 덕분에 매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회사가 제시한 매출 전망치 중간값은 전년 동기 대비 84% 높아진 87억달러 수준이다.
다만, 최근 반도체 업계에선 메모리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단 우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AI 수요를 제외한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CXMT·YMTC 등 중국 후발주자들이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증권가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의 목표주가를 줄하향하는 추세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반도체) 대형주 실적은 컨센서스 대비 밑돌 전망”이라며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까지 기존 예상 대비 부진한 가격(ASP)과 실적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이미 주가 심리에 반영돼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단기적으론 업종 반등 모멘텀의 공백 구간이지만, ▷내년 3분기부터 가격 반등세가 시작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 ▷주가의 2개 분기 선행성 ▷밸류에이션과 수급 공백 상황을 고려할 때 실적 확인 과정에서 주가의 2025년 연중 저점 다지기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