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금융, 중앙은행 : 기회, 도전과제 및 정책적 대응’ 콘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는 모습 [연합]

한국은행이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금융시장 리스크를 감지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한은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위원회와 ‘인공지능(AI), 금융, 중앙은행 : 기회, 도전과제 및 정책적 대응’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콘퍼런스 환영사를 통해 “최근 한은이 인공지능(AI)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우리는 경제 전망과 분석 작업에 AI를 사용하고 있다”며 “금융 시장의 리스크를 감지하기 위한 AI 기반 조기 경보 시스템과 내부 규정 및 업무 매뉴얼에 대한 문의를 지원하는 AI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직원들이 상당한 규모의 AI 투자 프로젝트를 결재해달라고 했을 때 배경지식 부족으로 걱정되는 면이 있었다”면서도 결국 적극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제조업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AI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도체 생산과 정보통신(IT) 인프라가 갖춰진 우리나라가 저성장에서 벗어날 길은 AI에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과 글로벌 제조업 경쟁 심화 속에서, AI 기반 IT 서비스 수출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동시에 AI로 획일화 된 의사결정 모형이 금융시장 내 ‘쏠림현상(Herding behavior)’을 초래해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회사, 중앙은행의 AI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모형 간 유사성이 동일한 의사결정을 초래하여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쏠림현상’ 등은 금융 안정성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책당국은 AI를 활용한 금융 혁신을 적극 촉진하는 동시에, AI로 인한 잠재적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권 AI의 안전하고 윤리적인 활용을 위한 원칙을 논의하고 있다”며 “AI의 보조 수단성을 명확히 하며, AI를 개발·활용할 경우에는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금융 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콘퍼런스는 한은이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위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자리에는 이 총재, 김 부위원장, 신현송 BIS 조사국장을 비롯해 국내외 AI 분야의 학자,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