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도 더”…현대트랜시스, 전기차 주행거리 확보 기술 개발 박차 [여車저車]

‘겨울철 전비 감소’ 전기차 단점으로 꼽혀
현대트랜시스, 시트 열선 소재 등 전비 향상 기술
“전기차 부품 시장 영향력 확대 본격화”


현대트랜시스가 개발한 저전력 카본 열선 시트. [현대트랜시스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전기차를 구매하는 데 있어 ‘전비(전력 소모량 대비 주행거리)’가 소비자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업계 내 관련 기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부품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도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에 발맞춰 전기차 전비 향상 기술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1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는 최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뿐만 아니라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전력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저전력 카본 열선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기온이 낮아지면, 내부 전해질의 저항이 커져 리튬이온의 이동속도가 줄어드는 등 화학반응으로 인해 충전속도가 느려지고 배터리 소모도 빨라진다. 추운 겨울 야외활동시 휴대폰 배터리가 빠르게 닳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아울러 전기차는 엔진의 폐열을 이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 전력으로 난방 시스템을 운영하는 만큼 겨울철에 전비가 많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속 코팅 카본 섬유를 이용한 시트 열선 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 카본 소재는 적은 에너지로 온도를 높일 수 있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다만 열전도율은 높은 반면 유연성이 부족한 소재 특성상 시트의 곡면 구조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현대트랜시스는 엔지니어링 기술로 시트 열선에 카본 소재를 적용해 기존 금속 열선 시트 대비 소비전력을 15% 이상 줄이고, 2배 이상의 내구성도 확보했다. 또한 열선의 목표 온도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10% 단축시켰다.

해당 기술은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9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기아에 따르면 저전력 카본 열선은 기존 열선 대비 약 20~25W의 전력 저감 및 2~5%의 난방 에너지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AS 구동계 안내 이미지. [현대트랜시스 제공]


현대트랜시스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21년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에 탑재한 DAS(Disconnect Actuator System)가 대표적이다.

현대트랜시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DAS 기술은 차량 앞뒤에 전기 모터를 장착한 사륜구동 전기차의 주행 상황에 따라 전륜 모터와 구동축을 분리, 연결하며 후륜구동과 사륜구동 두 가지 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는 모터를 뒤쪽에 얹은 후륜구동 방식이다.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보다 부피가 월등히 작은 모터를 사용하고, 차량 구조도 복잡하지 않아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륜 모터를 추가해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고 모터를 추가하는 것도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수월하다. 그러나 차체가 무거워지고 전비가 낮아질 수 있는 단점이다.

사륜구동 전기차의 장점은 살리면서 전력 효율성을 높인 기술이 DAS다. 전기차가 큰 힘이 필요한 추월 가속 상황이나 노면이 좋지 않은 곳을 지날 때는 전륜 모터까지 함께 써야 하지만, 일상적인 운전 상황에선 굳이 앞바퀴에 힘을 보낼 필요가 없다. DAS는 모터 방식의 액추에이터로 전륜 구동축에 있는 클러치를 단 0.4초 만에 붙였다 뗄 수 있다.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륜 모터의 부하를 줄여 전비를 높일 수 있고, 앞뒤 모터를 전부 가동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0.4초 만에 클러치를 체결해 강한 성능을 발휘한다. 운전자가 알아차리기 힘든 짧은 시간 동안 클러치의 체결, 분리가 이뤄진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제작된 전기차의 경우 최대 8%의 전비 향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회 충전으로 50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는 DAS 적용 시 530~540㎞를 달릴 수 있다.

현대트랜시스가 전비 향상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주행 가능 거리’가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EV 산업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2024’ 사무국이 지난 2월 성인남녀 59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의사가 있는 응답자의 전기차 구입 시 가장 큰 고려사항으로 ‘1회 충전 후 주행거리(25%, 1032명)’는 ‘차량 가격(27%, 1115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9(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기아 EV3, 포르쉐 타이칸, 폴스타 폴스타 4. [헤럴드 DB, 각사 제공]


전기차 제조사 간 ‘전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폴스타, 포르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기 위해 합리적인 가격과 더불어 주행가능거리를 대폭 개선한 신차를 적극 내놓고 있다.

실제로 기아의 엔트리급 전기 SUV EV3의 경우 유럽 인증(WLTP)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600㎞ 이상이며, 현대차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 9은 110.3㎾h의 배터리 용량을 갖춰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32㎞(19인치휠·2WD, 자체 측정치) 주행 가능하다.

아울러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최근 출시한 쿠페형 전기 SUV 폴스타 4는 롱레인지 싱글모터 모델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상온에서 511㎞, 저온에서는 431㎞까지 주행 가능하다.

프리미엄 브랜드 포르쉐 역시 지난 8월 주행 가능 거리를 대폭 개선한 전기차 타이칸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 시장에 내놨다. 해당 모델의 경우 1회 충전 시 기존 모델 대비 197㎞ 증가한 최대 500㎞를 주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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