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지정학적 리스크 감안
엔화보다 안전자산 달러 늘려야
환율 상승 실체 다각도로 봐야
오건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이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TP센터에서 ‘2025년 투자전략’에 관한 인터뷰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헤럴드DB] |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것에 대비해 달러 자산이나 금 등의 대체자산을 포트폴리오 내에 10% 가량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둔 동시에 탄핵정국이 맞물리면서 대내외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액 자산가들은 어떤 투자 전략을 가져가야 할까. 신한금융그룹 자산관리 전문가 그룹인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의 오건영 단장은 달러, 금 등의 대체자산을 10% 가량 확보할 것을 조언했다. 특히 달러에 대해서는 정치리스크로 환율이 오르는 특정 요인 외에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과 지정학적 산업 구조 등 다각적 요인이 가져올 ‘강(强)달러’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화 등 분산투자보다 안전자산 달러 확보 초점”=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환율 등의 변동성이 커진 내년도 투자 전략으로 ‘통화 분산 차원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 단장은 “고객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 원화 표시 주식·채권·예금인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경우 달러와 금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10% 내외 수준으로 유지하자고 조언한다”고 했다. 이어 “투자했던 달러나 금 자산의 가치가 최근처럼 많이 올라 포트폴리오 내 달러 자산 비중이 가치가 많이 올라 10%에서 14%까지 올랐다면 이 중 4%포인트는 다시 위험자산이나 예금으로 옮기는 ‘리밸런싱’을 해나가는 사후 관리 역시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달러 이외의 엔화 등으로의 통화 분산 투자에 대해서 오 단장은 “엔테크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에는 엔화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서는 엔화로 투자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 달러 만큼 다양하지 않다”면서 “달러로는 각종 단기 채권 펀드 등 상품이나 달러 표시 장기 보험 상품도 구매할 수 있고, 달러 예금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지만 그에 비해 엔화 표시 상품은 종류도 적을 뿐만 아니라 적용되는 이자도 높지 않아 달러 자산을 우선적으로 추천한다”고 했다.
금 ETF 구매도 안전자산 확보 방법 중 하나다. 오 단장은 “금의 경우 전체 포트폴리오 중 5~10% 정도를 추천하는데, IRP계좌에서도 금 ETF를 살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전자산을 확보하길 희망하는 경우에 추천한다”고 했다.
▶“환율 상승 실체 따져봐야…정치리스크 유일 요인 아냐”=또 연말 들어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외환 위기’라고 확신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대신, 달러가 오르는 원인이 무엇일지를 다각도로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단장은 환율을 ‘몸무게’에 비유하면서 “몸무게가 늘었다고 해서 좋은지, 나쁜지는 숫자만 봐서는 알 수 없다”면서 “키가 커서일 수도, 근육량이 늘어서일 수도 있다”고 했다.
우선 전 세계의 성장이 미국으로 쏠리는 ‘미국 예외주의’와 ‘트럼프 트레이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단장은 “미국으로 투자 자금이 쏠리는 만큼,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 흐름에 따라 전 세계적인 통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고, 우리나라도 환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적 불안이 해소되면 환율이 다시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전세계적으로 강달러 현상이 유지되면 환율이 오르게 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외에도 ‘환율 전쟁’을 치르는 다른 나라에서 자국 통화가치를 낮춰서 수출을 늘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환율을 고정해 놓고, 1400원대 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믿는 생각은 곤란하다”고 했다.
오 단장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자 세미나 때마다 외환위기를 확신하는 투자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던 것이 기억난다”면서 “그러나 지금 시장은 1300원보다는 더 높은 고환율에 익숙해져있기에, 1400원을 넘는 환율 역시 진짜 위기일지는 신중히 따져보아야 한다”고 했다.
▶“똑똑한 투자자들 전략 ‘스토리텔링’에 접근해야”=경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다양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오 단장은 강조했다. 특히 ‘투자 쏠림’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단장은 “지금은 투자자들이 확신하는 투자의 흐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 방향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한 발 떨어져서 의구심을 갖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투자 사례도 소개했다. 오 단장은 “연초까지만 해도 미국 10년짜리 국채 금리가 3.9%대에서 내려갈 거라고 모두 예상했지만 지금 오히려 4.2%대를 넘어섰다”면서 “똑똑한 투자자가 ‘금리 인하’ 스토리텔링을 보고 실제 시장보다 한발 앞서 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금융은 우울증 정도…패스파인더는 레고블록”=경제교양서 ‘위기의 역사’를 비롯해 다수의 경제·투자관련 서적을 출간한 오 단장은 현재 금융 시장이 마주한 국면에 대해 “금융위기는 비유하자면 심장마비로 사람이 훅 쓰러지는 모양새지만, 지금은 경제 전반에 걸쳐 우울증으로 온 몸에 힘이 천천히 빠지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명히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수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은행 시스템이 견고해졌고, 은행도 자본을 쌓아 신용리스크, 부도 위험 등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출범한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조직은 고객에게 투자의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의 각 분야별 전문가 88인이 수석위원, 전문위원으로 대거 참여했다. 오 단장은 자산관리의 효율성, 고객니즈 발견, 전문가 협업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특정 고객이 갖고 있는 니즈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을 하고 그 니즈에 최대한 근접하는 전문가들이 순식간에 모여 팀을 이룬다”고 했다. 마치 ‘레고블록’처럼 고객이 원하는 모양대로 전문가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정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