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AI시장, 경쟁·소비자이익 저해 가능성”…규율방안 검토

‘생성형 AI와 경쟁’ 정책보고서 발표
“구조적으로 높은 진입장벽 발생”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 시장 지배력을 가진 소수 사업자가 등장하고 이로 인해 경쟁 제한 우려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쟁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AI 데이터 수집 등 새로운 형태의 기술과 관련된 규율 방안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1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생성형 AI와 경쟁’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생성형 AI 국내 시장을 분석한 결과물로, 경쟁·소비자 쟁점을 점검해 향후 추진 과제를 제시한 공정위의 첫 보고서다.

공정거래위원회 이준헌 시장감시정책과장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생성형 AI 생태계에서의 경쟁·소비자 쟁점 및 향후 경쟁정책 방향 등을 담은 ‘생성형 AI와 경쟁’ 정책보고서 발간과 관련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공정위는 보고서에서 생성형 AI 시장은 구조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인프라·개발·구현 등 각 가치사슬에서 많은 자본과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고, 시장을 선점한 사업자가 규모의 경제·범위의 경제까지 실현하면 후발주자가 진입다는 점에서다.

분야별로 보면 AI 반도체 분야에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인텔·AMD 등 해외 사업자, 사피온코리아·리벨리온·퓨리오사AI 등 국내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는 아마존 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가 네이버클라우드·KT클라우드·NHN클라우드 등 국내 CSP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보였다.

기반모델 역시 필수 인프라를 이미 확보한 구글·메타·Open AI·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네이버·카카오·LG·KT·NC소프트·업스테이지 등 국내사업자는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였다.

공정위는 이런 국내 시장 환경에서는 경쟁과 소비자 이익이 저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당한 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가격·물량 등 거래조건을 이용해 필수요소 접근을 제한하거나, 다른 상품과 묶어 팔기를 강요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또 고객의 유인이나 이탈 방지를 위해 배타조건부 거래를 강제하거나, 사업자 간 협력·제휴 중 기술을 부당하기 이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 자금력이 풍부한 수직통합 사업자가 투자·인수 등을 통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자로 변질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데이터를 수집할 때 실질적 동의를 받지 않는 행위 등이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향후 공정경쟁 기반 마련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 수집·활용 과정에서 AI 사업자가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소비자법 규율 가능성 등 제도 개선을 내년부터 검토하기로 했다.

새로운 형태의 기업결합에도 대비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플렉션AI의 핵심 인력을 채용하고 주요 지적 재산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영국 경쟁당국이 이를 기업결합 심사 대상으로 본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또 국내 AI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경쟁제한 우려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감시하기로 했다.

이준헌 공정위 시장감시정책과장은 “데이터 수집 등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일부 학계의 견해 등이 있지만 후속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업결합 관련 내용도 심도 있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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