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보산동 |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날씨도, 마음도 을씨년스러운 2024년 12월,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내 장거리 여행을 다닐 엄두도 나지 않는다. 이 달, 국민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잠시나마 힐링이 필요한데 말이다.
‘한밤의 폭거’가 여의도, 과천 등 곳곳에서 벌어지고, 민주주의 복원을 바라는 내 가족과 이웃의 함성이 서울과 대구, 부산, 광주, 대전 등지에서 쩡쩡 울리는 가운데,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기분을 전환하고 싶어도, 멀리 떠나가기 부담스럽다.
가까운 곳에 기분 좀 확 바꿀 만 한 것 없을까. 서울과 근교에는 해외 안가도 해외여행 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곳이 꽤 있다고 서울관광재단은 전했다.
트렁크빈 |
▶미국 in 강남&동두천= 미국 동부 뉴욕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커피와 베이커리, 맥주, 위스키까지 모두 맛볼 수 있는 강남구 신논현역 1번출구옆 ‘드렁큰빈’이 좋겠다. 드렁큰빈은 5층 건물 전체를 미국 현지 느낌으로 구성해 각 층의 매력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입구에서 지하의 카페로 내려가는 길은 뉴욕의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물 크기의 오래된 엘리베이터 모형이 있으며, 한쪽 벽면을 뉴욕의 지하철로 만들어두어 사실감을 더한다. 4층엔 고급스런 바(Bar), 5층의 테라스가 있다.
서울메트로 1호선 동두천 동광극장 |
전철 1호선을 타고 동두천에 가면 양키시장이 있다. 미국과 관련된 레트로 감성의 물건을 구경한다. 그 옆 동광극장 앞 거리는 추억 어린 옛 극장 아이템들을 유물처럼 남겨, 극장 안팎이 모두 포토존이다.
보산동관광특구(Camp Bosan)는 ‘작은 이태원’이다. 해외 작가들에게 의뢰해 보산역 교각과 거리에 그라피티를 그려놓았다. 프랑스 작가 호파레는 국제도시 답게 ‘(오대양) 육대주’ 사람을 그렸다. 이 교각 옆 월드푸드스트리트에선 9개국 음식 문화를 체험한다.
이곳에서 6~7㎞ 남동쪽에 있는 ‘니지모리스튜디오 & 료칸’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테마파크형 드라마 세트장으로 일본 거리를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니지모리스튜디오 & 료칸 |
▶튀르키예, 사우디, 이집트= 중동 건설붐을 계기로 이슬람과 한국의 교류가 본격화한다. 그러다 1975년 석유위기 이후 중동과의 관계 개선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친아랍 정책으로 이태원에 이슬람사원이 생긴다.
한국전쟁 때 참전한 형제국 터키군이 기도를 하던 장소에, 국내 최초의 모스크가 지어진 것을 시작으로 성원 주위로 이슬람거리가 조성되었다. 할랄 식당은 물론 서점, 옷가게를 비롯한 다양한 매장이 들어서있다.
이슬람 모스크인 ‘서울중앙성원’ 옆에는 교육시설인 프린스 술탄 이슬람 학교가 있다. 미리 예약을 하면 설명을 들으며 관내를 관람할 수 있다. 이태원 쪽으로 내려오면서 할랄식당과 기념품가게를 만난다.
이태원 이슬람 사원 |
이태원역에서 내려 3번 출구를 나오면 케밥집을 비롯해 멕시코, 인도,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등 다국적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튀르키예식 케밥 외에 베트남, 태국, 쿠바 음식을 경험하는 곳도 지근거리에 있다.
이태원역 2번출구 인근에 위치한 ‘클레오파트라 라운지 카페’는 이집트를 테마로 한 이색 카페이다. 웰컴드링크로 나오는 진한 포도주스 한 잔을 받아들고 인테리어를 감상하다보면, 마치 고대의 이집트로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음료 뿐 만 아니라 팔라펠, 코샤리 등 이집트 국민 음식들도 맛볼수 있다.
케밥식당 |
▶이탈리아= ‘아모르 나폴리’는 안국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베이커리 카페로, 이탈리아의 대표 빵인 포카치아와 치아바타부터 몽블랑, 다양한 쿠키들까지 이탈리아식으로 만들어 소박하면서도 담백하다.
아모르 나폴리는 크림색 건물의 외관부터 입구의 유리창까지 들어서기 전에도 이탈리아의 어느 공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매장이다.
아모르 나폴리 |
화덕에서 구워내는 피자빵과 나폴리식 도넛, 소세지 빵 등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음식부터 럼 시럽에 절인 빵 바바(Baba), 여인의 입술이라 부르는 바치디다마(Baci di dama) 등 지극히 이탈리아스러운 메뉴도 있어 호기심과 구미를 당긴다.
테라스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즐길 수도 있는데, 2024 이탈리아 젤라또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박영수 셰프의 3색 그라니따를 맛보기를 추천한다.
중앙아시아 골목 |
▶카자흐스탄=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 주변엔 중앙아시아가 있다. 소련붕괴 무렵, 구소련 출신 외국인들이 몰려들었고,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환차익을 노린 중앙아시아 보따리 장수들이 가세했다. 일부는 한국이 좋아 눌러앉았다.
카자흐스탄, 몽골,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인들이 동대문 사람과 한마을 주민이 되어 우정을 쌓아가던 곳이다. 2022년 중구청의 주도로 테마거리 조성사업이 진행되어 카펫의 전통문양이 새겨진 바닥이나 이정표등이 설치되었다.
중앙아시거리에서 가장 이색적인 곳은 음식점들인데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요리 전문점이 가장 많다. 중앙아시아 방식의 화덕을 외부에 놓고 전통 빵 삼사와 볶음밥, 양꼬치, 샤슬릭 등을 판매하는 곳들이 눈길을 머물게 한다.
중앙아시아 식당의 화덕 |
이곳 양꼬치는 푸짐하고 맛도 좋다. 나라별로 다른 보드카 부터 디저트까지 음식을 매개로 중앙아시아 여행을 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 음식 전문점인 ‘파트루내’는 건너편 식료품점과 함께 청어 샐러드, 라그만 등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현지의 음식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식당의 인테리어와 도구들이 모두 중앙아시아 풍이다.
봄이 되면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여행길이 넓어진다고 하는데, 한국 민주주의 복원 후 여행할 계획을 가진 시민이 예비적으로 다녀와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