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 낮추고 비대면 판매도 재개
8월 이후 가계부채 억제책 효과 판단
금감원장 “서민·지방 유연 대출” 당부
탄핵정국으로 내수침체 등 실물경제가 악화하자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을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도 잇달아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에서 업무를 보는 직원들 [헤럴드DB] |
탄핵정국 돌입에 내수침체 등 실물경제 악화가 최대 리스크로 지목된 가운데, 민생경제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부동산부터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금융당국도 서민과 비수도권 중심으로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정책을 뒷받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전개한 가계부채 억제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춰 은행들도 잇달아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며 당국의 기조에 궤를 맞추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 취급도 재개했다.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도 다시 접수하기 시작했다. 전세대출 제한도 완화한다. 이날부터 미등기된 신규 분양 물건지에 대한 전세자금대출과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각각 재개하기로 했다.
신용대출도 내년 1월 2일부터 연 소득 100% 내로 제한했던 소득 대비 한도를 풀고, 비대면 대출도 다시 판매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내년 대출 실행 건에 대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우리은행도 오는 23일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를 재개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주담대 중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다시 늘렸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은 그만큼 최근 대출 증가세가 어느 정도 잡혔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 과열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자, 은행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대출을 한시적으로 제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41조4000억원으로 8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오름폭은 8월 이후 계속 줄고 있다. 11월 증가액은 1조9000억원으로 지난 3월 이후 월간 최소치다.
대출 금리도 떨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전날 발표한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전달보다 0.02%포인트 하락한 3.35%였다. 지난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떨어졌다. 코픽스란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수치다. 국민·우리은행은 17일부터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0.02%포인트 내렸다.
금융당국은 내년에도 가계대출 증가 폭을 경제성장률 내로 유지하면서도 상황에 맞는 세심한 ‘핀셋 정책’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서민·취약계층과 지방자금 공급 등에 차질이 없도록 유연하고 세심한 가계대출 관리를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은행지주들은 4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여·수신 금리 격차가 벌어진 영향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지난 7월 0.43%포인트에서 10월 1.04%포인트로 3달 새 두배 넘게 벌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관련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4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총 2조4305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 1조3421억원보다 80% 넘게 늘어난 수치다.
회사별로 보면 KB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4분기 2114억원에서 올해 4분기 6768억원으로 작년 대비 220.1% 급증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는 5761억원에서 7343억원으로 27.5%, 하나금융지주는 4597억원에서 6212억원으로 35.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도 순이익이 3983억원으로 319.4% 늘어날 전망이다.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9245억원으로, 지난해(15조1367억원)보다 11.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2년 고금리 상황에서 거둔 사상 최대 실적(15조6503억원)보다도 8.1% 높은 수준이다. 김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