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수 영장실질심사 불출석…굴욕적 모습 공개 꺼린 듯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17일 구속됐다. 박 총장이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대장) 육군참모총장이 17일 구속됐다.
검찰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했고, 중앙지역군사법원은 박 총장이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총장은 이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군 안팎에선 박 총장이 영장실질심사 출석 포기를 두고 4성 장군이자 육군참모총장으로서 굴욕적인 모습을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구속 뒤 ‘군 미결수’ 신분으로 군미결수용실에 수감됐다.
박 총장은 지난 3일 자신의 명의로 발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통해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한다”며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등의 내용을 포고했다.
그러나 이는 헌법에서 비상계엄시 행정권과 사법권만 조치할 수 있고 입법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돼있다는 점에서 위헌, 위법 논란을 야기했다.
박 총장은 비상계엄 시국에서 막강한 권한을 지닌 계엄사령관이었지만 국회 진술 과정에서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37만 육군을 지휘·감독하며 합참의장에 이어 현역 군인 의전 서열 2위인 육군참모총장이 구속된 것은 1979년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이후 무려 45년 만이다.
당시 정 총장은 10·26 사건 직후 계엄사령관에 임명됐으나 전두환 보안사령관 주도 군사 반란으로 체포됐다.
이후 내란방조라는 날조된 혐의로 구속기소돼 군사법원에서 내란방조죄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보충역 이등병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1980년 6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뒤 이듬해 사면·복권됐다.
계엄 상황에서 정 총장과 박 총장의 입장은 사뭇 다르지만 계엄사령관을 맡았다가 내란 관련 죄목으로 구속됐다는 점은 공교로운 대목이다.
박 총장은 육사 46기로 육군본부 작전과장, 제2작전사령부 교훈참모처장, 지상작전사령부 작전계획처장, 육군 제39사단장, 육군 제8군단장,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무산된 뒤 사의를 표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반려한 바 있다.
한편 박 총장이 구속되면서 현재까지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구속된 군 장성은 여인형(중장) 국군방첩사령관(육사 48기), 곽종근(중장) 특수전사령관(육사 47기), 이진우(중장) 수도방위사령관(육사 48기) 등 4명으로 늘어났다.